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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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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고령화 사회의 그늘- 박현오(논설위원)

이웃의 관심·학대 가해자 분리로 ‘노인 인프라’ 확충해야

  • 기사입력 : 2011-07-2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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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들은 왜 살까? 죽지 못해 사는 것일까? 어쩜 이 말은 틀린 말도 아니다. 막상 죽으려고 하면 두려움 때문에 못 죽고, 꿈속에서라도 그런 마음을 먹으면 너무 걸리는 게 많아서 죽지 못해 사는 것이다. 하지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얘기를 상기해보면 또 다른 삶의 의미를 음미하게 된다. 생명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몸을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는 병이나 사건·사고로부터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악다구니하면서 살아간다.

    덧붙여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카네기멜론대학에서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관계’와 디자인을 강의한 랜디 포시 교수는 2007년 9월 모교에서 가진 마지막 강의에서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전해주었다. 췌장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았던 그는 ‘꿈을 가질 것’과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을 주문했다. 꿈에 대해 어린 시절의 꿈을 잊지 말 것을 충고했고, 삶의 의미는 자신의 모습과 관련해 비록 암에 걸렸지만 눈앞의 시련에 좌절하기보다는 감사할 줄 알고, 만족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것에 의미를 뒀다. 그래서 우리는 ‘왜 살까?’라는 물음에 ‘나를 위해서 살아간다. 나답게 살기 위해서 산다’고 정의하기도 한다. 다소 철학적인 냄새가 나 의미가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는 해도 모든 사람들의 깊은 심중에서 꿈틀거리는 나를 위한 나만의 답으로 이해해도 될 것 같다.

    지난 21·22일 본지에 보도된 ‘고령화 사회의 그늘, 노인학대’ 기획기사 중 ‘자식들에게 매맞는 부모들’ 편과 ‘자살, 질병, 가난에 무방비 노출’ 편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자칫 잘못하면 우리들 중 누구에게나 닥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쓸쓸함마저 느끼게 했다. 도내 노인보호복지전문기관에 따르면 노인 학대 신고접수 현황은 2008년 148건(상담 1781건), 2009년 151건(2308건), 2010년 171건(2308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신고건수가 전체 피해 건수의 5%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분석하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다. 잘못하면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우리의 효 문화가 집 나간 꼴이 될 것 같다.

    천륜이라 함은 부모와 자식 간에 맺어준 하늘의 인연을 칭한다. 그리하여 천륜은 끊으려야 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천륜이 무너지고 패륜이 횡행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21일자 1면 아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김옥분(가명·81) 할머니의 이야기는 정신병을 앓는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켰고, 집에 오고 싶어 하는 아들을 집에 돌아오게 한 결과, 심한 욕설과 구타로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되고, 결국은 노인전문보호기관에 의해 아들과 분리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사는 것이 지옥이다. 아비규환(阿鼻叫喚)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상황까지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 뜨고 차마 볼 수 없는 참상이라는 의미가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아비규환이다.

    여기에 좀 오래됐지만 노후에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70.6%에 달한다는 여론조사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삼강오륜은 전당포에 맡겨졌다는 것이다. 바쁘게 살고, 바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사회에서 부모를 봉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도 인정한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늘진 고령화사회에서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사회책임론이다. 학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웃의 적극적인 관심과 신고는 물론, 학대 가해자를 분리, 처벌을 강화하고 노인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풍요 속의 빈곤, 나라님도 가난은 어쩔 수 없다고 했지만 정치권에서 부르짖는 복지사회의 구현은 빈곤탈출이 우선이다. 고가 빌라에 사는 노인들이 등기부상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수가 부지기수라는 사실이 우리를 화나게 한다. ‘나답게 살기보다, 우리답게 살기 위해 노력해보자’.

    박현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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