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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진정한 3월이 오려면- 김유경기자

  • 기사입력 : 2014-03-1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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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는 알지만 김주열은 잘 모른다. 3월 15일 3·15의거기념일보다 3월 14일 화이트데이가 더 친숙하다.

    이것이 오늘날 지역사회가 하고 있는 민주시민교육의 실태다. 이렇게 된 원인을 찾자면 ‘지역근현대사 교육’에 헌신하지 못한 후손들의 잘못이 가장 크다. 그러나 민주열사에게도, 그들을 떠받치고 있는 각종 기념사업회에도 책임은 있다.

    3·15의거기념사업회는 지난 2010년 3·15의거 50주년을 기념해 경남도·마산시·창원시로부터 3억5000만 원을 지원받아 경남 최초 창작뮤지컬 ‘삼월이 오면’을 제작했다. 3·15의거 희생자인 실존인물 ‘구두닦이 오상원’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1960년 3월 15일 마산’을 재연한 작품으로, 당시 3·15아트센터·성산아트홀에서 12차례 상연됐다. 1만400여 명의 시민이 감상했으며 ‘음악과 연출, 연기가 뛰어나다’는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원작 이윤택·연출 문종근·안무 김성일 등 지역예술인들이 제작의 주축이 되고 마산 출신 뮤지컬스타 홍지민이 주연으로 열연한 점, 마산·창원지역 20여 개 중·고교 학생들이 빠짐없이 이 작품을 감상했다는 점이 뜻깊다.

    ‘3·15의거 50주년 기념사업백서’는 이 작품을 ‘지역 콘텐츠로 문화브랜드 기틀 창출’, ‘지역예술인 창작의욕 고취’, ‘민주혁명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 민주주의 교육기회 부여’ 등 실로 아름답다 못해 눈물겹게 ‘민주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해 3월 이후로 4년 동안 단 한 번도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입에 달고 사는 ‘예산 부족’이 이유였다.

    하지만 ‘돈’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다 안다. 전시성 행사, 취지가 퇴색하거나 3·15의거와 무관한 관행적 기념행사가 넘친다. 시대가 변하면 민주시민교육 콘텐츠도 바뀌어야 한다. 애써 만들어 놓고도 활용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일깨우고, 새로운 흐름의 물꼬를 터주는 일이 민주열사와 기념사업회가 할 일이다. 이 시대가 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옛 영광의 신봉’이 아니라 ‘민주화 정신의 현존’이다. 진정한 3월은 그때 온다.

    김유경(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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