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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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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34) - 땅속, 길고 짧음, 일하는 사람, 얼개, 벌

  • 기사입력 : 2020-08-18 08: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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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9쪽부터 14쪽까지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9쪽 아래 그림에 ‘땅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지하’라는 말을 많이 쓰기 때문에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말이지만 토박이말을 잘 살린 말이라서 참 반가웠습니다. 다만 ‘지하’라는 한자말을 풀어 보면 ‘땅속’과는 뜻이 다른 말이라서 요즘 많이 쓰는 ‘지하’를 갈음할 수 있는 말은 ‘땅밑’이 더 알맞은 말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10쪽 첫째 줄과 둘째 줄에 ‘발신기는 통신을 보내는 것이고 수신기는 통신을 받는 것’이라는 풀이가 나오는데 이 말도 ‘발신기’와 ‘수신기’라는 한자말을 쉽게 풀이를 해 주어서 좋았습니다. 다만 ‘발신기’를 ‘보냄틀’이라 하고 ‘수신기’를 ‘받음틀’이라고 했으면 아이들이 더 쉽게 알 수 있어 좋았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11쪽 여섯째 줄에 ‘시간의 길고 짧음’이 나오고 12쪽 열넷째 줄에 ‘우체국에 일하는 사람을’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요즘 흔히 쓰는 ‘장단’이 아니라 ‘길고 짧음’이라고 하고, ‘직원’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이라고 쉽게 풀어 주어서 참 반가웠습니다.

    13쪽 둘째 줄부터 일곱째 줄에 걸쳐서 “스위찌가 어떤 일을 하나 알아보기로 하자. 스위찌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가 나옵니다. ‘스위찌’라는 말이 요즘 쓰는 말과 다르지만 ‘어떤 일을 하나 알아보기로 하자’와 ‘여러 가지가 있다’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열한째 줄에 ‘얼개’라는 말이 나옵니다. 요즘 배움책(교과서)나 다른 책에서는 ‘구조’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토박이말 ‘얼개’를 썼습니다. 말집(사전)에서도 ‘얼개’를 ‘어떤 사물이나 조직의 전체를 이루는 짜임새나 구조’라고 풀이를 하고 있고 ‘구조’와 비슷한말이라고 하고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 배움책에는 더 알맞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14쪽 둘째 줄부터 넷째 줄에 걸쳐서 ‘스위찌는 전기를 통하고 끊는 일을 한다. 곧, 전류가 통하는 전선을 잇고 떼고 하는 일을 한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여기서도 ‘잇고 떼고’라는 쉬운 말이 나옵니다. ‘연결’과 ‘단절’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 요즘 ‘잇고 떼고’라는 쉬운 말을 써도 된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 같아서 더 반가웠습니다.

    여덟째 줄에 ‘어떤 곳에 쓰이는가?’가 있고 아홉째 줄에 ‘벌’이 나오고 이어서 ‘그것이 어떻게 일하며 어떻게 되어 있는가를 살펴보자’는 말이 있습니다. ‘벌’이라는 말은 요즘 ‘세트’라는 말에 밀려 잘 쓰지 않는 말이라 반가웠고 ‘어떤 곳에 쓰이는가’와 함께 ‘그것이 어떻게 일하며 어떻게 되어 있는가를 살펴보자’도 아이들이 보는 배움책에 ‘이용’, ‘작동’, ‘구성’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잃었던 나라를 되찾은 날도 ‘광복절’이라는 말보다 ‘빛 되찾은 날’이 훨씬 알기 쉽다는 아이들 말에 귀를 기울이는 데 그치지 말고 좀 더 쉬운 말로 된 배움책을 만들어 주는 일까지 마음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날이 얼른 오기를 바랍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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