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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협회장이기 전에 문인이고 가장이다- 김시탁((전)창원예총회장·시인)

  • 기사입력 : 2022-11-10 19: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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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문협 회장이 11월 1일 자로 창원시 뉴미디어 담당관 시보 편집실로 발령받아 출근한다고 입이 근지러운 사람들이 입안에 혀를 굴리고 있는데, 그게 뭐 그리 거품 물 일인가. 임창연 시인 말처럼 경남문인들 입장에서는 격이 도지사급인데 도지사급이 7급 공무원에 상당하는 임기제로 채용된 것을 수용하는 당사자가 대단한 것이지 그걸 제삼자가 왈가불가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명예직 문협 회장은 무보수라서 막걸리 한 사발 마실 일이 있어도 사비를 지출하는데, 회장이기 전에 문인이고 가족을 부양해야 할 가장이니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연히 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나라 문인들이 과연 얼마나 목매달고 죽어도 좋을 문학의 나무에서 열매를 달아 든든하게 살아가는가. 문인들 중 교직에 있거나 반듯한 직장에서 정해진 연봉을 받으며 사는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문인들은 현실적으로 생활고에 시달린다. 문학이 돈이 되지 않으니 문인이란 명찰을 빼낸 쓸개와 같이 벽에 걸어두고 나와 아무 일이든 닥치는 대로 하는 것이다. 보험상담에 요양보호사로, 간병인으로, 공인중개사로 일자리를 구한다. 그것도 못하면 학습지나 전단지라도 돌려야 한다. 물려받은 유산이 없다면 일을 하지 않고서는 가족을 부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걸 호구지책이라 하는데, 알고 보면 그 밑으로도 궁핍이니 자존심 같은 것들이 따라붙지만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능력이 있으니 그 나이에도 비록 7급 임기직 공무원이지만 그 자리에서 일을 하게 된 걸 축하해줄 수는 없을까. 그는 통영시에서 편집일이나 연설문 작성 등 그와 유사한 업무를 맡아온 배테랑이다. 물에 담가 놓아도 스며들지 않는 대리석 같은 관형적인 연설문보다 감성으로 주물럭거리고 빗고 다듬어 스펀지처럼 마음을 스며들게 하는 연설문을 바라는 지자체장이 오히려 지혜롭지 않은가. 거기 무슨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 양 색안경을 끼고 볼일만은 아니지 싶다.

    회장을 사퇴해야 한다고도 하지만 작년에 연임해서 채 1년도 경과되지 않았는데, 회장이 자리 하나 났다고 보란 듯이 덜렁 사퇴하는 게 책임성 있는 일일까. 아마 본인 스스로 사퇴하고 싶어도 그게 부담스러워 아름답게 인내하고 있는데 빌미를 주는 셈이다. 그 빌미가 본인에게는 반가울지 모르지만 경남문협 입장에서 보면 차기 회장 하고 싶어 안달 난 사람 아니고는 달가울 일도 없다. 보궐선거가 손가락만 빤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지금 경남문협은 이달균 회장이 탄력적으로 잘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욕심 같아서는 이달균 회장이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으면 좋겠다. 그 토끼탕에 밥 말아먹어 보면 그 맛이 얼마나 시원한지 안다. 지금은 흔들기보다 응원을 보낼 일이지 양다리 걸쳤다며 입을 내밀 일은 아니다.

    김시탁((전)창원예총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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