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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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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여성 건강의 복병 ‘장기 탈출증’

쏙 빠진 장기, 쏙 넣어 장수
근육·결체조직 노화로 골반 장기 탈출증 생겨
직장탈출증, 출산·척추신경손상 등 주된 원인

  • 기사입력 : 2023-02-20 08: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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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80대 어르신들은 1~4차 산업시대를 두루 거쳐 오면서 세월의 변화를 몸으로 체감했을 것이다. 의학의 발달과 함께 평균수명도 늘어나면서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기대수명은 86세에 달한다. 무병장수하면 좋겠지만 나이가 들면 안 아픈 데가 없다. 수명은 증가했지만 아프고 불편한 몸으로 살아가야 하는 노년의 삶의 질 또한 좋아졌는지는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외과수술의 영역은 나이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 신생아 기형수술부터 면역이 왕성한 유년, 청년기에 흔한 급성 충수염(맹장염), 한창 열심히 일하면서 스트레스가 많은 나이에는 치질이나 탈장, 소화성 궤양 등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각종 암이 외과의 주된 영역이 된다. 암 발생이 줄어들면서 장수의 길로 접어드는 70대 중반 이상에서는 근육의 약화나 결체조직의 노화로 인해 생기는 골반 장기 탈출증(직장탈, 자궁탈출증, 방광류)을 종종 경험하게 된다.


    ◇직장탈출증의 원인과 치료= 남성은 골반구조가 여성과 달라 직장탈출증은 드물고, 발생하더라도 주로 40대 이전에 생긴다. 여성의 경우 60대 이후에 직장탈출증을 경험하게 되는데 출산을 경험한 경우와 변비 등의 배변장애가 있을 경우 더 흔하게 나타난다. 주된 증상은 걸음을 걸으려 하면 항문이 빠지는 느낌이 들고 누워있으면 증상이 호전되기도 하나 심해지면 걸을 때마다 항문이 빠져나와서 손으로 밀어 넣어야 한다. 배변 시 직장이 빠져나오고 이로 인해 배변이 힘들거나 변실금이 동반되기도 한다. 골반 장기(자궁, 방광)이 함께 빠져나오기도 하며, 심한 경우 항문출혈이나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흔히 치질(치핵)로 생각하기 쉬운데 직장탈출증은 치질(치핵)과는 다르다. 치핵은 항문의 정맥다발이 부풀어 통증과 출혈을 일으키는 질병이지만 직장탈출증은 직장을 지지하는 인대나 근육의 약화로 인해서 직장이 처지면서 항문 밖으로 빠져나오는 질환이다. 주된 원인은 배변 시 오래 힘주기, 임신, 출산 시 산과적 외상, 척추신경손상 등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경우 배변습관 관리(바이오피드백 포함), 변완화제 약물 투여를 통한 보존적 치료만으로 호전을 기대해볼 수 있으나, 증상이 심해 일상에 지장이 있을 정도거나 통증 및 출혈이 있을 경우 수술적 치료를 요한다.

    수술적 치료를 받기 전에는 직장, 자궁의 탈출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배변조영술을 시행한다. 그 외 항문괄약근 압력검사, 괄약근 근전도검사 등을 통해 항문기능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것이 좋고, 수술 전에 대장암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대장내시경 검사도 필요하다.

    ◇직장탈출증의 수술적 치료= 수술 방법은 탈직장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 항문에서 3㎝이하 크기로 빠져나오는 부분점막탈출증은 척추마취하에 점막결찰술, 점막절제술, 원형봉합기수술을 통해 비교적 간단히 치료가 된다. 항문연에서 4㎝이상 동심원 모양으로 탈출되는 완전직장탈출증은 고령으로 전신마취의 위험성이 큰 경우 직장점막절제술이나 직장절제술 등 회음부 접근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회음부 접근방법은 탈직장 재발의 빈도가 높고, 직장항문 기능이 저하될 수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방법이 인공막을 이용한 직장고정술이다.

    이 방법은 전신마취하에 복강경을 이용해 인공막(메쉬)으로 직장을 천골에 고정해주는 수술로 복부에 4군데 투관침을 뚫어 수술을 진행한다. 이 방법은 배변에 관여하는 골반신경에 손상이 없어서 기존의 수술법에 비해 수술 후 변비가 거의 없고, 오래된 직장탈출증으로 인해 약화된 항문괄약근의 기능도 서서히 회복될 수 있다. 복강경으로 수술이 이뤄지므로 통증은 적지만 반드시 전신마취를 해야 하며 수술의 난이도가 조금 높아 환자 상태를 고려하여 선택해야 한다. 수술 전부터 변실금 증상이 있는 경우 수술 후 호전되는 속도가 더디므로 급하게 판단하지 말고 수술 후 1년 이상 경과를 지켜본 뒤 변실금 증상이 심한 경우 변실금에 대한 항문괄약근 성형수술을 받아야 한다.

    또한 복강경 인공막 탈직장수술은 자궁탈출증이 동반된 경우 메쉬(인공막)를 이용해 자궁을 복벽에 고정해주는 수술을 통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과거에는 나이가 들면 원래 그런 것이라 여기고 불편해도 참고 방치했던 병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질환들도 어렵지 않게 치료가 가능한 시대가 됐다. 탈직장이나 골반장기 탈출증이 의심된다면 방치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상담해야 한다. 백세시대를 맞아 건강한 노년의 삶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도움말: 김원연 창원파티마병원 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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