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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소주·맥주 가격 인상 유감- 이종구(김해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2-27 19: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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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소주와 맥주 가격이 최대 6000원으로 오를지 모른다는 소식이다. 수년간 3000~4000원 대를 유지했던 음식점의 소주·맥주 가격이 지난해 4000~5000원 대로 상승한 뒤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들썩이면서 주당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비교적 싼 값에 마실 수 있어 ‘서민의 술’로 불리는 소주와 맥주의 식당 판매 가격 인상 전망은 연초 가스요금과 전기요금 폭탄으로 안 그래도 위축된 서민들의 어깨를 더욱 처지게 하고 있다.

    조만간 식당의 소주·맥줏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올해 주류 출고가격 인상 요인이 줄줄이 있기 때문이다. 소주는 주정 가격과 병값 등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출고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으며 맥주는 오는 4월 주세가 큰 폭으로 인상되는 데다 소주와 마찬가지로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출고가격 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물류비·인건비·환율 상승도 주류 출고가격 인상의 원인 중 하나다.

    주류회사가 출고가격을 올리고 유통 과정을 거치게 되면 식당에서 판매하는 소주·맥줏값 상승 폭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주류회사가 출고 가격을 일부 인상하면 주류 도매상은 판매가를 그 이상 올리게 되고 식당에서는 손님에게 몇 배로 다시 올려 받게 된다. 출고가격이 100원 인상됐다고 식당에서 100원만 올리지는 않는다. 식당은 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분을 주류 가격에 포함시키기 때문에 500원 또는 1000원까지 올리게 되는 것이다.

    현재 창원과 김해 등 도내 대도시의 식당 소주·맥줏값은 4000~5000원 선이다. 임대료가 비교적 싼 외곽 지역의 경우 4000원 선이지만 임대료가 비싼 중심지는 대부분 5000원이다. 결국 올해 또 출고가격이 인상되면 식당 메뉴판에서 ‘소주·맥주 6000원’ 가격표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식당 소줏값 6000원 시대 도래’에 여론이 들끓기 시작하자 정부가 개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얼마 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국회의원이 ‘주류세 인상으로 인한 주류가격 인상 전망’에 대해 묻자 “어디든지 정해진 원가부담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부 시장가격으로 전가시키는 게 일반적인 행태는 아니다. 세금이 조금 올랐다고 주류 가격을 그만큼 또는 그보다 더 많이 올려야 되느냐”며 업계를 압박하는 발언을 했다.

    이후 기재부와 국세청은 주류업계의 출고 가격 인상 움직임과 관련해 실태조사에 나섰다.

    식당과 주점 등 업주들은 술값 인상 전망에 대해 ‘인건비와 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힘든 상황에서 출고가격이 인상되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당들은 수년 전 4000원 하던 식당 소줏값이 6000원이 되는 것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소비자들은 식당이 민감해하는 음식값이나 고깃값을 올리기 어려우니까 덜 민감해하는 술값에 이들 가격 상승분을 전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퇴근길 한잔하기 위해 식당을 찾은 일행이 주당들이라면 밥값이나 안줏값보다 술값이 많이 나오는 날이 멀지 않았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서민들의 시름을 달래주어 ‘서민의 술’로 불리는 소주·맥주가 더 이상 서민들이 쉽게 찾지 못하는 술이 될까 걱정스럽다.

    이종구(김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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