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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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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87)

- 옮겨, 지렛목, 마다

  • 기사입력 : 2023-04-05 08: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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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60쪽부터 61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60쪽 첫째 줄부터 둘째 줄에 걸쳐서 나오는 “먼저 지렛대로 무거운 물건을 움직여 보았다.”는 ‘물건(物件)’만 빼면 모두 토박이말로 된 월(문장)입니다. 그리고 가장 앞에 있는 ‘먼저’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른 곳에서 ‘우선(于先)’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옛날 배움책에서는 ‘먼저’라는 말을 썼기 때문입니다.

    둘째 줄부터 여덟째 줄까지 이어지는 “또 지렛대의 어디를 잡고 누르면, 힘이 적게 드는가 누르는 자리를 여러 가지로 옮겨 가지고 실험을 하여 보았다.”도 ‘실험(實驗)’만 빼면 모두 토박이말로 된 월(문장)이면서 아주 쉬운 말을 많이 써서 더 반가웠습니다. ‘어디를 잡고 누르면 힘이 적게 드는가’도 참 쉽게 느껴지고 ‘누르는 자리를 여러 가지로 옮겨 가지고’에서 ‘누르는 자리’도 ‘누르는 위치(位置)’라고 할 수 있고 ‘옮겨 가지고’는 ‘이동(移動)해 가지고’라는 말을 쓸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열셋째 줄에 ‘추(錘)’가 나오는데 ‘추’를 가리킬 때 썼던 토박이말이 있었는데 왜 쓰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요즘 자전(字典)에는 ‘錘’를 ‘저울 추’로 풀이하고 있지만 옛날에는 ‘ㄷ·림 추’라고 했습니다. 말집(사전)을 찾아보면 ‘다림’이라는 말이 있고 ‘수평이나 수직을 헤아려 보는 일’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옛날에 무게를 달 때 저울을 어떻게 썼는지 알면 ‘다림’이 그런 뜻을 가지게 된 까닭을 바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61쪽 첫째 줄부터 셋째 줄에 걸쳐 있는 “지렛대의 무게가 무거우면 지렛대를 누르지 않아도 추가 올라오는 일이 있지 않겠어?”에서 ‘추(錘)’만 빼면 모두 토박이말로 된 월(문장)입니다. 다섯째 줄에 있는 ‘달라짐이 없도록’도 쉽게 풀어 쓰려고 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째 줄과 열한째 줄에 걸쳐 있는 ‘지렛목’이라는 말이 참 반가웠습니다. 요즘 책에서는 ‘받침점’이라고 하기 때문에 거의 다 처음 보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지시지 싶은데 보시는 바와 같이 ‘지점(支點)’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훨씬 쉽게 느껴지실 겁니다. 그리고 ‘지렛대를 괸 곳’이라는 뜻을 잘 나타낸다는 쪽에서 볼 때 ‘지렛목’이 알맞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렛목’이라는 말을 살려 쓰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밑에서 셋째 줄에 있는 ‘5cm 마다에서’ ‘마다’라는 말도 반가웠습니다. 요즘도 ‘매(每)’라는 말을 쓰는 곳이 많은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밑에서 둘째 줄에 있는 ‘힘을 재어서’도 ‘힘을 측정해서’라고 하지 않아서 참 좋았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경남실천교육교사모임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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