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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다크 투어리즘 (Dark tourism)- 차상호(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23-04-11 19: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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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크 투어리즘 (Dark tourism) 혹은 블랙 투어리즘(Black tourism) 혹은 또 그리프 투어리즘(Grief tourism). 어둡고 슬픈 역사의 공간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 그리고 그것을 관광과 연결 지어 많은 사람이 찾아와서 보고 느끼고 다시는 이런 슬프고도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는 폭발이 있었던 지점을 뜻하는데, 대표적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있다. 태평양전쟁의 막을 내리게 한 결정적 순간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한 원자폭탄 투하 지점에는 이를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고, 공원으로도 조성돼 있다. 수많은 희생이 있었고, 그 희생자 중에는 우리 국민도 상당수가 있었다. 물론 원폭에 따른 후유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호주 작가 토머스 케닐리가 쓴 소설 ‘쉰들러의 방주’를 원작으로 한 쉰들러 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로 배우 리암 리슨이 주인공인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 역할을 맡아 나치 점령기 폴란드에서 유대인들을 구해내는 내용이다. 이 영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떠오른다. 독일에서는 자신들의 비극적인 역사를 후세에 널리 알리도록 기억하고 보존하고 어린 세대들에게도 교육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행사를 위해 제주를 찾았다가 첫날 세미나를 마치고 둘째 날 4·3 역사현장 투어를 다녀온 적이 있다. 영화 ‘지슬’의 실제 배경인 동굴에 들어가 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알뜨르 비행장’이 오래도록 남는다. ‘뜨르’는 ‘뜰’ 혹은 ‘들판’을 뜻하는 말이고, ‘알’은 ‘아래’라는 뜻이다. 이 비행장은 공군이 소유하고 있지만, 태평양전쟁 때 일본군이 제주도에 만든 비행장 두 곳 중 한 곳이다. 격납고도 보존돼 있고, 격납고 안에는 일본군 전투기 ‘아카톰보’ 모형도 세워져 있었다. 곳곳에 군사시설 흔적이 남아있었던 기억이 있다. 또 다른 비행장은 지금의 제주국제공항이 있는 곳이다. ‘정뜨르’. ‘정’ 즉 ‘우물’이 있던 들판이란 뜻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이 알뜨르 비행장은 제주에서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코스이기도 하다. 관제탑 흔적도 있고 주변에 민간인 학살 현장도 남아 있다.

    경남울산기자협회와 제주기자협회, 광주전남기자협회, 대구경북기자협회 등이 주축이 돼 한국기자협회와 함께 매년 ‘민주화 벨트’를 참배한다. 대구 2·28, 마산 3·15, 제주 4·3, 광주 5·18 등의 역사적 장소를 방문하고 세미나를 한다. 국립 3·15민주묘지,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전일빌딩, 평화공원 등 묘지를 가기도 하고, 학살 현장을 가기도 한다. 또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공간도 방문한다. 지난해 처음 가본 전일빌딩과 전남도청, 망월동 묘역은 아직도 생생하다. 가족들과 제주 여행을 가면서 평화공원을 다녀오기도 했다.

    올해는 벚꽃이 필 무렵, 국립 3·15민주묘지로 소풍을 다녀왔다. 집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김밥을 사고 다른 먹거리도 준비하고 돗자리까지 들고 민주묘지로 향했다. 준비해온 음식을 먹고 묘지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기념관에 있던 전시물을 보던 작은 아이는 무서워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기념관에 전시된 디오라마 속 실제 현장이 가까웠는데 아이들과 함께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김주열 열사 인양지와 최근 새로 건립한 동상도 있는데, 마산 서항친수지구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수변공원인지라 산책 겸 다크 투어리즘 겸 다녀와야겠다.

    차상호(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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