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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2월 2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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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나공간] 통영 봉수골 카페 ‘내성적싸롱호심’

작가 '마담'과 예술적 수다 나누는 '문화 싸롱'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여행가로 활동 중인 ‘밥장’
2016년 통영에 살러 내려와 ‘본격적으로 놀 공간’ 찾다가

  • 기사입력 : 2023-04-13 20: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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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 봉수골은 벚나무 길 따라 낮은 건물이 늘어선 작은 동네다. 그러나 통영에서 가봐야 할 곳들이 즐비한, 특별한 동네가 됐다. 봄꽃이 만발한 동네서점 ‘봄날의 책방’을 왼편에 끼고 골목으로 몇 걸음 옮기면 잘 익은 비파색을 띤 오래된 2층 주택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일러스트레이터, 여행가로 활동 중인 ‘밥장(Bob Chang)’ 장석원(52) 작가가 운영하는 ‘내성적 싸롱 호심’이다. 통영국제음악제가 열리고 있던 지난 4월 8일 호심을 찾았다. 제철 만난 동백나무가 대문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수선화가 하늘대며 손님을 맞는다.

    통영 봉수골에 있는 40년 된 2층 주택을 개조해 만든 카페 ‘내성적싸롱호심’.
    통영 봉수골에 있는 40년 된 2층 주택을 개조해 만든 카페 ‘내성적싸롱호심’.

    ◇40년 된 주택을 만나다

    2016년 통영과 사랑에 빠져 통영에 귀촌한 그는 자신의 집을 통영 ‘믿는구석’이라 명명하며 각지의 사람들을 초대해 모임을 가졌다. 이내 새로운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본격적으로 놀기엔 주거 공간에서의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2년여를 돌아다니며 적합한 곳을 물색했고, 봉수골에서 지금 호심이 자리한 이 주택을 찾았다. 게와 새우 그림으로 이름난 김안영 한국화가가 1978년에 집을 지어 40년간 살아온 곳이었다. 한적하고 예쁜 동네로 통영 내려올 때부터 좋아했고, 전혁림 미술관, 남해의 봄날 출판사와 이웃해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곳으로 생각했기에 마음에 꼭 들었다.

    “오래 머물러 짐들이 많으셨기에 필요한 것만 가져가시면 나머지는 저희가 치운다고 하니 피아노와 자개농, 재봉틀 등 값진 고가구들을 남겨놓아 주셨죠. 버려질 뻔한 이 집의 설계도도 우연히 발견해 액자에 넣어 놓았고요. 건축물이 오래돼도 설계도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경우가 잘 없는데 운 좋게 귀한 자료를 찾았어요.”

    통영문화원장까지 지낸 ‘작가의 집’을 최대한 원형으로 보존하고, 고가구를 적절히 배치해 2019년 9월 ‘내성적 싸롱 호심’의 문을 열었다. 골목 안에 숨어 첫 방문 때는 헤맬 수 있는 ‘내성적’ 공간이지만 커피를 홀짝거리며 작가·주민들의 교류·친목공간인 ‘싸롱’으로, 한 번 오면 두세 번 오기 쉬운 곳이 되겠다는 의미였다.

    지난해 11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최한 ‘밥장이 함께 하는 유쾌한 그림놀이’에 시민들이 참여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내성적싸롱호심/
    지난해 11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최한 ‘밥장이 함께 하는 유쾌한 그림놀이’에 시민들이 참여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내성적싸롱호심/
    2 통영 봉수골 카페 ‘내성적싸롱호심’ 전경.
    2 통영 봉수골 카페 ‘내성적싸롱호심’ 전경.

    ◇작가가 운영하는 공간, 영감을 주는 공간

    “여기에 일기를 두면 손님들이 ‘이게 다 뭐예요? 사장님이 직접 그리신 거예요?’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손님의 커피 주문을 받는 테이블 바로 앞 벽면에는 노트와 책이 자개장과 선반 위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그가 통영을 비롯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일기와 지금까지 펴낸 책들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세계테마기행에 나오는 여행가이자 ‘밥장 몰스킨에 쓰고 그리다’, ‘밥장님, 어떻게 통영까지 가셨어요?’, ‘은퇴 없는 세상’ 등 책을 펴낸 작가가 운영하는 공간’임을 알리는 곳이다. 음료를 준비하는 동안 기다리며 작가의 원화 그림과 글을 감상하다 최근 저서들을 그 자리에서 구입하고, 원한다면 사인을 받을 수도 있다. 음료를 준비하고 내어주는 작가에게 질문을 던지며 대화의 물꼬를 트는 시작점으로 작용하는 부분도 크다.

    테이블과 책장이 보이는 ‘내성적싸롱호심’ 내부.
    테이블과 책장이 보이는 ‘내성적싸롱호심’ 내부.

    작가가 머무르고, 작가와 대화할 수 있는 이 공간은 사람들에 영감을 주는 공간으로 쓰인다. 호심의 벽면에는 밥장의 원화를 비롯해 사진가 듀오 ‘샘앤지노’가 욕지도를 오가는 배 위에서 찍은 파도 등 통영을 묘사한 작품과 더불어 중국 실크로드 촬영 때 구매한 장인이 만든 탈, 통영과 비슷한 도시에서 사 온 포스터 등 예향 통영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등 그가 좋아하는 작품들을 걸어 작은 갤러리가 됐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 구석과 모서리 등에 놓인 책상과 빈 노트, 펜은 작가와 공간, 통영 여행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풀어낼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여기서 그림을 그릴 수도, 글을 쓸 수도 있고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혼자 와서 앉아도 어색하지 않은 바(BAR) 형태의 자리들이 눈에 띈다. 마당을 바라보며 혼자의 시간을 보내는 손님도 여럿이다.

    “단순한 카페 공간과는 다른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작가가 쓰는 책상에서 나도 앉아 무언가를 기록하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영감을 주는 공간’이 되고 싶었거든요.”

    방문객이 글을 쓸 수 있는 공간.
    방문객이 글을 쓸 수 있는 공간.

    ◇통영 호심다방을 잇다

    ‘내성적 싸롱 호심’의 가장 마지막 단어는 통영 시내에 있었던 ‘호심다방’에서 가져왔다. 1950년대 화가 이중섭이 개인전을 열기도 한 다방으로 당시 쟁쟁한 예술가들이 교류한 싸롱(살롱)이었던 곳이다. 밥장은 호심의 ‘마담’이라 스스로를 소개하며 이곳에서 살롱 문화를 이어간다.

    그의 특기를 살린 그림일기 클래스를 열어 주민과 여행자들이 자신과 주변을 기록해볼 수 있도록 돕고, 공연, 북토크, 통영 막걸리 시음 등의 문화행사를 연다. 오는 22일에는 부동산 컨설턴트 ‘빠숑(김학렬)’의 강연도 예정돼 있다. 통영에 가보고 싶지만 선뜻 오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는 통영에 올 계기를 제공하고, 통영 사람들에게는 소도시에서 그간 없었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양방향으로 문화를 소개하는 마담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중이다.

    북토크 모습.
    북토크 모습.
    자개농 위에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작가가 직접 기록한 그림일기.
    자개농 위에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작가가 직접 기록한 그림일기.

    “통영이 아름답다고 소문났지만, 쉽사리 오긴 어렵잖아요. 하지만 강연 같은 행사가 잡히면 그 핑계로 한 번 와볼 수 있으니 그분들도 통영을 여행하는 기회가 되고, 통영시민 분들에게는 여기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을 초대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기회이니 양쪽 다 만족도가 높죠, 제가 하고 싶었던 것도 이런 공간이고요.”

    인터뷰 중간중간에도 그를 찾는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호심을 찾아온 단골 손님과 편안하게 수다를 나눈다. 처음 찾아온 손님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질 때도 있다고 했다. 때로는 여행자들의 컵에 귀여운 얼굴을 그려서 커피와 함께 내고, 누군가에게는 그 자리에서 그려낸 초상화를 선물하기도 한다. 효심의 마담의 능력이 엿보인다.

    공간 안팎으로 로컬 파트너를 만들고, 로컬 커뮤니티를 이어가려는 노력도 계속된다. ‘남해의 봄날’ 출판사에서 책을 내고, 통영 맥주호스텔 ‘미륵미륵’에서 만든 무알콜맥주를 판매하며, ‘삼문당 커피로스터’의 원두를 사용하고, 국가무형문화재 조대용의 ‘통영대발’을 내걸었다. 통영 관광협력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봉수골에 벽화를 그리는 등의 활동도 같은 맥락이다.

    “통영에 온 사람들도 한 장소만 보고 오지는 않잖아요. 좋아하는 장소를 들어 취향을 엮어보고, 통영의 좋은 공간들을 자신 있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내성적싸롱호심 마담 ‘밥장’ 인터뷰

    “내가 선택한 고향 통영서 지속 가능한 꿈 펼칠 것”


    Q. 통영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할아버지, 아버지의 본적, 고향이 통영이었다. 그래서 서울 사람이지만 어릴 적부터 통영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낯설지 않은 곳이었다. 인생의 굴곡을 겪고 다른 지역에서 살아보려 여러 도시를 탐색했는데 통영에 이끌려 왔다.

    Q. 통영이란 도시는 어떤 의미가 됐나?

    고향은 부모님이 계셨던 곳이어서 ‘주어진 것’으로 내가 바꿀 수 없지만 통영은 제가 ‘선택한 고향’과 같은 곳이다.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서 나고 자라니 저처럼 이렇게 꿈꾸면서 고향을 선택하는 분들도 늘지 않을까 한다.

    Q. 내성적싸롱호심도 각별할 것 같다.

    사람이나 누구나 나이가 들고 예전만큼 성과 위주의 일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는 지난 2021년 2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응급 수술 후 회복한 경험이 있다) 내 나이에 걸맞은 공간에서 지속 가능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싶다.

    글·사진=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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