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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민고개에서 바라본 소재강국의 산실- 허성무(더불어민주당 창원성산구지역위원장)

  • 기사입력 : 2023-04-23 19: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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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민고개에 벚꽃의 터널이 장관을 이루는가 싶더니 어느새 완연한 신록에 가파른 아스팔트 위로 떨어지는 햇빛이 부서져 내린다. 진해 쪽에서 구불구불 고갯길을 돌아 정상에 올라서니 넓게 펼쳐진 창원공단과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2000여년 전 저 들판에서 달구어졌을 쇳덩이가 해외로 수출되기 위해 거친 숨 몰아쉬며 넘어오는 장면을 상상하니 감개무량하다. 고대 가야와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들 사이의 무역을 통해 다양한 문화와 기술이 교류되는 장면을, 아마도 안민고개는 기억하고 있으리라.

    1974년의 창원 들판은 창원국가산업단지 조성 공사에 바쁜 굴삭기와 불도저가 일으키는 뿌연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육중한 중장비가 뿜어내는 기계음이 한순간에 멈추는 사건이 발생했다. 성산패총이 발견된 것이다. 대단한 고고학적 발견이었다. 그러나 더 큰 발견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아무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야철터가 발견된 것이다. 1600여년의 시공을 초월한 유적지는 산업계뿐 아니라 정치권에도 엄청난 반향을 불렀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직접 현장을 방문할 정도로 이 사건은 커다란 이슈였다.

    인류사를 논할 때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로 구분한다고 우리는 배웠다. 특히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넘어오던 시기를 ‘신석기혁명’이라 부른다. 깬돌에서 간석기로 도구가 바뀌면서 생산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문명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신석기의 생산력은 청동기를 만들어냈고 연이어 철기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이른바 ‘소재의 변천사’다. 소재의 발달은 인류문명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늘날 반도체가 AI도 만들고 자율주행도 가능하게 하지만, 결국 이 모든 바탕에는 ‘소재 혁명’이 있어야만 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정권 유지를 위해 혹독한 정치 탄압, 인권유린, 정경유착을 한 데 대해 나는 매우 비판적이다. 그러나 그가 고대 철 생산의 중심지였던 이곳 창원에 중공업과 방위산업 기지를 만들어 자주국방의 토대를 닦은 일은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창원시장을 하면서 박 대통령의 자주국방을 수출주력산업, 새로운 첨단산업, 미래성장동력산업, 일자리산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확대했다. 이에 한 안보 전문 매체는 “자주국방을 부르짖으며 방위산업을 육성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지를 허성무 창원시장이 새로운 시대환경에 맞는 방식으로 이어받는 것 같아 주목받고 있다”라고 썼다. 안보에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었다.

    안민고개란 이름에 대해 생각했다. 임진왜란 때 이 고개에서 목숨을 걸고 왜적을 막아 향토를 지킨 공이 인정돼 선조가 창원대도호부로 승격시키면서 안민(安民)이란 지명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창원에 방위산업 기지가 들어선 것은 우연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고대에 야철터가 있던 성산패총 너머 상남동에 한국재료연구원이 아스라이 보이는 듯하다. 소재강국의 산실을 품은 상남은 한때 창원 분지에서도 비옥한 들이 있던 곳으로 부유한 땅이었다.

    허성무(더불어민주당 창원성산구지역위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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