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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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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너는 나와 달라서- 윤정란

  • 기사입력 : 2023-06-15 08: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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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만 들여다보면 하늘 감춘 두루마리

    말들이 흘러넘쳐 흘리는 동틀 무렵

    하나도 붙들지 못한 숨탄것의 목소리


    그냥 사라질까 영감의 손 덥석 잡고

    미명에 돋는 시어 마음 안에 가두면

    파랑새 한 마리 들어 초장 물고 나온다


    늦게 만나 끓는 피 달이는 새벽이면

    그 하늘 풀어내는 사연도 갖가지라

    한 그루 나무로 서서 초록 잎을 내민다


    ☞ 어떤 존재를 몹시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사랑이다. 너는 나와 달라서 쉽사리 곁을 내어주지 않지만 내가 잘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이라 정성을 다하는 즐거운 고통이 여기 있다. 사물이나 대상을 귀하게 여기고 애달픈 마음으로 시인은 시를 쓴다. 온갖 언어들이 떠다니는 동틀 무렵이면 더욱 정결한 마음으로 ‘숨탄것의 목소리’를 붙들고자 하는 시인은 ‘그냥 사라질까 영감의 손 덥석 잡고’ 애걸복걸하다 보면 시심은 오감에 감각을 불어넣어 전혀 달라 보이는 시상들끼리 결합해서 두루마리 풀리듯 초장이 써지고 파랑새 소리처럼 아름다운 길이 열린다.

    목표를 가진 사람은 최고의 덕목으로 노력이라는 의미와 가치가 주는 믿음이 있다. ‘늦게 만나 끓는 피 달이는 새벽이면’ 성실한 마음으로 ‘그 하늘 풀어내는 사연도 갖가지라’ 진실로 정성을 다한 결과물이 한편으로 시조가 완성된다. 시조는 사물과의 대화고 세계와의 대화이다. 일상적인 삶 속에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작은 풀잎 하나의 움직임에도 풀벌레와 바람의 노래가 있어 새로움을 발견하고 진술하다 보면 ‘한 그루 나무로 서서 초록 잎을 내민다’고 말할 수 있다. -옥영숙(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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