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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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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92)

- 손수레, 삯, 값, 올림, 외쪽길

  • 기사입력 : 2023-06-21 0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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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76쪽부터 79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76쪽 여섯째 줄에 ‘손수레’라는 말이 나옵니다. 보시다시피 이때만 해도 ‘리어카’라는 말을 쓰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 흔히 쓰는 ‘카트’도 손으로 끄는 수레이기 때문에 ‘손수레’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같은 줄에 이어서 나오는 ‘까닭’이라는 말도 요즘 많이 쓰는 ‘이유’라고 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배움책에 어떤 낱말을 골라 쓰는가에 따라 아이들이 배워 쓸 말이 달라짐을 알려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다음 두 줄에 나오는 “이 밖에도 무거운 물건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이 없는가 알아보자.”라는 월은 ‘물건’, ‘방법’을 빼고 모두 쉬운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운반하는’ 또는 ‘작동하는’이라고 하지 않고 ‘움직이는’이라는 말을 써서 더 좋았습니다.

    78쪽 열째 줄에 ‘삯’이 열둘째 줄에 ‘값’이 나옵니다. 이 두 낱말이 어떻게 다른지는 앞서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앞서 글을 보신 분은 잘하시겠지만 글을 못 본 분들을 생각해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값’을 말집 사전에 찾으면 여러 가지 뜻이 있다고 되어 있는데 첫째 ‘사고파는 물건에 일정하게 매겨진 액수’라는 뜻이 있고 둘째 ‘물건을 사고팔 때 주고받는 돈’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삯’은 말집 사전에 ‘일한 데 대한 품값으로 주는 돈이나 물건’. ‘어떤 물건이나 시설을 이용하고 주는 돈’이라는 두 가지 뜻이 있다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옛 배움책에서 쓴 ‘기차삯’은 ‘기차를 이용하고 주는 돈’이라는 뜻임을 알 수 있습니다. ‘기차삯’을 주었다고 그게 내 것이 되지 않습니다. 그에 견주어 ‘점심값’은 ‘값’을 치르고 나면 그 점심은 내 것이 된다는 것이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삯’과 ‘값’을 잘 가려 쓸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열다섯째 줄에 ‘쓰인’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도 요즘 배움책이나 다른 책에서는 ‘이용된’ 또는 ‘사용한’이라고 했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79쪽 첫째 줄에 ‘4283년’이 나오는데 이것을 볼 때 그때는 서기가 아닌 단기를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셋째 줄에 나오는 ‘셈할 때’는 요즘 많이 쓰는 ‘계산할 때’가 아니어서 좋았고 ‘올림’이라는 말도 ‘절상(切上)’이라는 말이 아니어서 좋았습니다. 다섯째 줄에 나오는 ‘아이’라는 말과 ‘어른’이라는 말도 참 반가웠습니다. 요즘 많이 쓰는 ‘아동(兒童)’, ‘성인(成人)’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잘 알려 주는 것 같습니다.

    여덟째 줄에 ‘외쪽길’이라는 반가운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말집 사전에도 나오지 않은 말이지만 요즘 흔히 쓰는 ‘편도(片道)’와 같은 뜻임을 바로 어림할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쉽고 좋은 말을 배움책에서 썼는데 말집 사전에도 올리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다듬는 일에 더욱 힘을 써야 할 까닭이 이런 것을 보면 더욱 환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밑에서 둘째 줄에 있는 ‘버림’도 요즘 책에서 쓰는 말이지만 아이들한테는 쉬운 말이라서 참 반가웠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경남실천교육교사모임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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