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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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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93)

- 내다, 아이, 줄인 자

  • 기사입력 : 2023-07-05 08: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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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80쪽부터 81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80쪽 첫째 줄에 ‘타는 여객’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요즘도 ‘승객(乘客)’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타는’이라는 쉬운 말을 써서 좋았습니다. 다만 뒤에 나오는 ‘여객’을 ‘손님’이라고 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둘째 줄에 ‘낸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 앞줄에 보면 ‘요금’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요즘도 ‘요금’은 ‘지불(支拂)한다’ 또는 ‘지급(支給)한다’는 말을 쓰는데 옛날 배움책에는 ‘낸다’는 말을 쓰고 있어 좋았습니다. 다만 ‘요금(料金)이라는 말도 앞서 살펴본 글에 나오는 ‘삯’이라는 말을 썼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일곱째 줄에 ‘아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아이’라는 말이 두리뭉실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그다음 다음 줄에 ‘6살에서 12살 미만’이라고 밝혀 놓았습니다. 요즘에는 ‘초등생’과 ‘중고생’으로 나누고 있는데 ‘아이’라는 말을 쓰고 19살까지는 어른 삯의 가웃(반)값만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열째 줄과 열한째 줄에 걸쳐 “참 잘 되었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아이들이 한 것을 추어올려 주는 칭찬의 말로 “참 잘했다”는 말과 비슷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아이들을 추어올려 주는 말을 그대로 실어 주어서 참 좋았습니다.

    열여섯째 줄과 열일곱째 줄에 걸쳐 나오는 “가지고 온 지도를 보았더니 큰 것, 작은 것 모두 고르지 못했다”는 월은 ‘지도(地圖)’라는 말을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81쪽 첫째 줄과 둘째 줄에는 ‘줄인 비’와 ‘줄인 자’라는 반가운 말이 나옵니다. 요즘 배움책에서는 ‘축척(縮尺)’이라고 나오기 때문에 이 말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하지만 ‘축척’에서 ‘축’이 ‘줄일 축(縮)’이고 ‘척’이 ‘자 척(尺)’이기 때문에 ‘줄인 비’보다는 ‘줄인 자’라는 말이 더 알맞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참땅(실지)을 얼마만큼 줄여서 나타낸 땅그림(지도)인지를 나타내는 것이므로 ‘줄인 자’라는 말이 더 알아차리기 쉽다는 말입니다. 아이들에게 줄인 자(축척)가 1:50000인 땅그림은 50,000㎝를 1㎝로 나타낸 것이라고 풀이해 주면 얼른 알아차립니다.

    81쪽의 아래에 나오는 줄인 자(축척)가 얼마인 땅그림에서 몇 ㎝는 참땅(실지)으로 얼마인지를 묻는 물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줄인 자(축척)’의 뜻을 알고 셈을 할 수 있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셈본(수학)도 셈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때 쓰는 갈말(용어)의 뜻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말을 쓰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이루는 만큼(성취도)도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옛날 배움책처럼 ‘줄인 자’라는 말을 쓴다면 ‘축척’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셈을 못 하는 아이들은 없을 것입니다. 쉬운 말로 된 쉬운 배움책을 만들어 주는 일에 힘과 슬기를 모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경남실천교육교사모임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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