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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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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지리산 구상나무로 와서- 강호인

  • 기사입력 : 2023-07-13 08: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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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생에 연緣이 있어 이 세상에 다시 온다면

    사람은 될 수 없고 그 뭔가로 올 수 있다면

    지리산 구상나무로

    청청거목 되고 싶다


    꽃피고 새도 울고 안개구름 스쳐가고

    혹독한 눈비바람 무수히 몰아쳐도

    꿋꿋이 가지를 뻗어

    깊은 그늘 펼치고 싶다


    새날 여는 아침이면 돋는 해 경배하고

    칠흑의 밤이 오면 달과 별 벗이 되어

    고독한 영혼이 깃든

    무한 허공 받들고 싶다


    폭설 내려 인적 끊긴 설빙의 수정水晶 천지

    지상의 기도를 모아 천성으로 전달하는

    마지막 표상으로 서서

    꿈꾸는 나무이고 싶다


    ☞ 어머니의 산으로 불리는 지리산은 남한의 최고봉이자 아흔아홉 골짜기를 품고 있어 높고 깊고 넓고 넉넉하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에서만 살고 있는 고유종으로, 추위에 강하고 솔방울도 하늘을 쳐다보고 위로 서있는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

    누구나 한번쯤 현생이 끝나고 후생에 다시 온다면 무엇으로 올 것인가를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다름과 차이를 알고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고 하는 지리산에서 ‘새날 여는 아침이면 돋는 해 경배하고/칠흑의 밤이 오면 달과 별 벗이 되어’ 구상나무로 태어나고픈 열망을 지닌 시인이 있다. 꿈을 꾸는 고독한 영혼은 ‘폭설 내려 인적 끊긴 설빙의 수정水晶 천지’에서 고귀함의 표상으로 구상나무로 서서 지상의 기도를 모아 전달하는 기품 있는 메신저가 되고 싶다고 한다. - 옥영숙(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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