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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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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나무를 만진다- 최석균

  • 기사입력 : 2023-07-27 08: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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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는 사람 손길 닿는 것을 좋아해서

    사람 소리 들리는 쪽으로 푸릇푸릇 냄새를 뿜는다


    사람은 나무를 만지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은 나무 냄새를 맡으면서 푸른 물이 든다


    나무 냄새 나는 사람과 사람 물이 든 나무가

    마주 눕고 만지다 닳은 집에서

    나무는 몸을 반짝이고 나는 몸이 간지럽다


    나무와 사람은 서로 세 들어 사랑해서

    얼굴이 안 비치는 순간 빛과 냄새를 놓아버린다


    나무 집이 허물어지도록 돌아다니다가

    푸른 물이 다 빠진 몸으로 돌아온 나는

    나무가 나를 만진다고 생각하고 눈치 없이 군다


    ☞ 스민다는 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람은 나무에 스미고 나무는 사람에 스민다. 그래서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나무 냄새가 나고 사람을 사랑하는 나무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스민다는 것,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누구와 만나서 밥을 먹고 누구와 만나서 차를 마시느냐에 따라 풍기는 냄새가 다르다. 사람도 서로에게 스미고 그 향기를 품게 되어 있다.

    “사람은 나무를 만지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은 나무 냄새를 맡으면서 푸른 물이 든다” 그렇게 서로 스며서 “나무 냄새 나는 사람과 사람 물이 든 나무가/ 마주 눕고 만지다 닳은 집에서/ 나무는 몸을 반짝이”며 서로에게 세 들어 사는 것이다. 그게 사랑이다. -성선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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