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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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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서라벌의 밤 - 경주, 동궁과 월지

- 김덕현

  • 기사입력 : 2023-08-10 07:54:13
  •   

  • 흰 구름 살풋 벗고

    차오르는 새 달 하나

    월명스님 밤 피리에 가던 길을 멈추었지

    둥그레

    차오르는 배

    새댁처럼 만지면서


    이슥해진 신라의 밤

    뉘 집 왔나, 처용랑

    휘영청 달빛 아래 덩실덩실 춤을 췄지

    인간사

    삼재팔난을

    춤사위로 떨칠 듯이


    또다시 천년 세월

    다시 찾은 신라의 밤

    월명스님 처용랑도 넘지 못한 그 천년을

    한가득

    달빛에 담는

    동궁 앞 월지 호반


    ☞ 서라벌은 박혁거세가 영남을 중심으로 세운 신라의 옛 이름이다. 동궁의 동쪽에 있는 월지는 유원지로서 거대한 인공연못을 조성해 놓고 나라의 경사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연회를 베풀던 곳이다. 신라가 멸망하고 고려와 조선에 이르러 폐허가 되자 화려했던 궁궐은 간데없고 기러기와 오리만 날아든다고 안압지라고도 불리었다. 월명스님은 사천왕사에 살면서 ‘차오르는 새 달 하나 월명스님 밤 피리에 가던 길을 멈추었지’ 이처럼 피리로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킨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처용은 ‘인간사 삼재팔난을 춤사위로 떨칠 듯이’ 세상 모든 재난과 곤란을 처용의 모습을 그린 부적으로 귀신을 물리쳤다. ‘또다시 천년 세월/다시 찾은 신라의 밤/월명스님 처용랑도 넘지 못한 그 천년을’ 우리는 달나라에 가고 우주선과 우주정거장을 만들며 살고 있다. 교감하는 달은 날마다 다른 표정으로 시인에게 풍성한 영감을 주고, 시공간을 초월해 달빛으로 신라의 역사와 예술을 아름답게 만나게 한다. - 옥영숙(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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