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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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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코로나 안부

- 이광석

  • 기사입력 : 2023-08-17 08: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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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은 겨울에도 내려와 달빛 소나타를 연주하고

    갈대는 늦가을 찬 바람에도 갈꽃을 피워내는데

    사람들은 아직도 코로나 상처로

    자유롭지 못하다

    친구야 너희 안부는 무탈하냐

    별은 아무리 어두워도 제 갈 길 밝혀가듯

    풀 한 포기에도 생명의 존엄은 닿아 있나니

    이 세상 돌조각도 의미가 담겨 있듯이

    우리 모두 다시 일어나 북천역 같은

    작은 희망의 간이역 한 점 남기자

    해 돋는 동쪽 하늘을 향해 시의 새벽을 열자


    ☞ 시인의 책무가 점점 늘어나는 시대입니다. 희미해져 가던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가운데 다시금 우리에게 안부를 물어오는 시인이 있습니다. ‘일어나 시의 새벽을 열자’며, ‘북천역 같은 작은 희망의 간이역 한 점 남기자’며 다가옵니다.

    우주 속에 존재하는 온갖 자연과 사물들, 달과 별 그리고 풀 한 포기와 돌조각에마저 그 의미를 새겨 넣고 있습니다. 삶의 존재론적 고뇌를 맑은 서정으로 끌어내며 해 돋는 동쪽을 향해 끝없이 시선을 던지고 있습니다. 전해져 오는 깊숙한 목소리가 우리의 무뎌져 있던 시심을 건드립니다. 시인이야말로 가장 마지막까지 울어야 하는 존재임을 각성하게 합니다.

    후일 먼 후일, 세상에 맞서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면 희망의 간이역을 기억하겠습니다. 북천역을 서성이며 마지막까지 울겠습니다.

    -천융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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