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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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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고향-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9-14 19: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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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내 눈에 보이네/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중략) 어디 간들 잊으리오 그 뛰놀던 고향 동무….’ 마산 출신 노산 이은상 선생의 연시조 ‘가고파’다. 부제목은 ‘내 마음 가 있는 그 벗에게’다. 고향은 영혼의 안식처다. 객지에서 삶의 생채기가 깊을수록 고향을 그리는 애잔함은 더하다. 향수(鄕愁)는 아름답게 채색된 추억의 편린이자 그리움이다.

    ▼향수, 곧 노스탤지어(nostalgia)는 그리스어로 귀향(nostos)과 아픔(algos)의 합성어다. 특정 장소나 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고통을 의미한다. 20세기 중반까지도 과거를 감성적으로 동경하는 정신질환으로 여겼다. 하지만 현대 사회심리학자들은 노스탤지어가 잘 작동할수록 삶의 태도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절의 기억이 삶을 의미 있고 즐거운 방향으로 이끈다는 분석이다.

    ▼노스탤지어의 기억 회로는 비현실적인 고향을 추억하는 여행인지도 모른다. 고향은 언제나 천진난만하던 어린 시절 얼굴로 반기고 있다는 환상을 간직한다. 빛바랜 기억 속에 박제된 유년기 고향은 빠르게 흔적을 지우고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현실이다. ‘나는 고향에 돌아왔지만 아직도 고향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황지우. 노스탤지어) 향수의 역설은 그래서 더욱 애잔한지도 모른다.

    ▼명절이면 고향에서의 기억을 반추하는 그리움이 넘친다. 노스탤지어는 민족 대이동이란 진풍경을 연출한다. 헛헛한 객지의 삶을 잠시나마 충전하는 시간이다. 타향살이 설움을 털어내고 고향의 정을 가득 담는다. 풍요롭고 넉넉하기에 그 이면에 자리한 그늘도 깊다. 업무나 생활고에 고향에 가지 못하는 이들이다. 지난(至難)한 밥벌이의 고단함이다. 그들 빈 가슴에도 고향의 휘영청 밝은 달은 뜰 것이다. 29일은 추석이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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