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30일 (화)
전체메뉴

[시가 있는 간이역] 쉬운 詩- 고영조

  • 기사입력 : 2023-09-21 08:04:29
  •   

  • 새벽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아내가 말했다

    시가 너무 어려우면 누가 읽어요?

    가볍게 쓰세요. 정직하게

    세 시간 차 타고 국도를 달리면서

    줄곧 그 생각뿐이었다

    쉬운 것이 얼마나 어렵다고

    가벼운 것이 얼마나 무겁다고

    머리를 흔들었지만 답할 수 없었다

    그 동안 아내는 나를 너무 깊이

    알아버렸다

    감출 수 없었다

    언제나 詩는 저 홀로 무겁고

    먹어치운 삶은 가벼웠다

    온몸이 붉어졌다.


    ☞삶을 쉽게 설명하는 것은 공자님도 실패했고 예수님도 성공하지 못했다. 삶이 어려운데 그 삶의 진실을 드러내고자하는 詩가 어찌 쉽게 써지겠는가? 詩는 늘 어렵다. 아무리 쉽게 써도 어렵다.

    공자님께서는 시 삼백 편이면 사무사(思無邪)라 했다. 그런데 독자들은 늘 쉬운 詩를 원한다. 모든 시인은 시를 쉽게 쓰려고 한다. 그런데 써놓고 보면 역시 어렵다 한다. 쉬운 詩라. 참 난제(難題)다.

    그래서 어떤 시인은 “자신의 시를 이해하는 진정한 독자가 다섯 명만 되어도 좋겠다”고 말한다. 그래 다섯 명이라, 생각해 보면 그 다섯 명도 많다 싶다. 지음지기(知音知己)가 어디 쉬운가? 다 어려운 문제다. 난제(難題)다.

    -성선경(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