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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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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지구를 꺼 볼까- 우점임

  • 기사입력 : 2023-10-05 08:53:16
  •   
  • 지구를 잠시

    꺼 두고 싶어

    맨 먼저

    골치 아픈 학교 드르릉 코를 골게

    달달 볶던 학원도 잠에 빠지게

    밤늦게 불빛 새어 나오는 회사 빌딩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의 기계도

    달콤한 꿈을 꿀 수 있게

    우린 그랬지

    ‘피곤해’ 말 못 하고

    쉬고 싶어도, 놀고 싶어도

    말 못 했지

    공부하기 싫고

    머리 복잡할 때

    지구를 잠시

    꺼 두고 싶다.

    ☞지구를 하루 꺼 두면 모두가 하루를 쉴 수 있다는 아이의 발상이 깜찍하다. 아이들은 골치 아픈 학교와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되고, 어른들도 쉴 테니 회사와 공장은 달콤한 잠에 빠질 수 있다. 이번 추석 연휴가 길어 많은 사람이 일상을 잠시 꺼 두는 여유를 가졌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긴 연휴 동안 더 많은 매연과 소음과 쓰레기 때문에 고생했을 것이다. 쉬고 싶고 놀고 싶어도 아무 말도 못하는 지구. 지구에게도 하루쯤은 제 몸을 꺼 두고 편히 쉬도록 휴가를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모두 피곤하고 힘들 때는 생각의 스위치 하나를 마음에서 잠시 꺼 두는 여유를 갖자. 그 여유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지구를 위해 불필요한 스위치는 내리는 습관을 만들자. 지구를 살리는 것이 사람을 위하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 김문주(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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