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30일 (화)
전체메뉴

[시가 있는 간이역] 만추의 연화사- 남승열

  • 기사입력 : 2023-11-09 08:04:06
  •   

  • 배롱꽃 다 졌다고 섭섭해하던 누이에게

    얼른 카톡으로 사진 한 장 보냅니다

    은행잎 노랗게 물든 절집 한 채 보냅니다


    청대 숲 돌부처도 공양간 안심보살도

    곡차 한 잔 나눈 듯 발그레 젖습니다

    덩달아 물드는 가을 손을 자꾸 폅니다


    ☞ 자연이 빚어내는 풍경에 감탄하게 되는 만추의 계절입니다.

    가야의 역사를 품은 김해,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도심 속에 김해 역사를 품은 연화사가 있습니다. 가락 옛 도읍 궁터라는 가락고도궁허비(駕洛古都宮墟碑)가 있는 연화사는 연못과 후원이 아주 멋진 사찰입니다. 여름날 폭염에도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가 석탑 주위에서 석 달 열흘 환하고 가을이면 일주문을 대신하듯 은행나무가 반깁니다.

    그 여름 오래 꽃피우던 ‘배롱꽃 다 졌다고 섭섭해하던 누이에게’ 카톡으로 ‘은행잎 노랗게 물든 절집 한 채 보냅니다’라는 시인은 김해객사의 후원에서 번잡한 일상을 내려놓고 여가를 즐기기엔 은행나무 아래가 참 좋았나 봅니다.

    늦가을과 겨울의 경계지점에서 가벼운 바람이 은행나무를 흔들어 노란 물결로 떨어지는 단풍을 바라보는 일은 노란 눈이 내리듯 애처로우면서 아름답습니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무거운 옷을 벗고 앙상한 가지로 견뎌내는 나무의 생존 지혜를 느끼며 따뜻한 안부를 전하는 시인입니다.

    어디 연화사에만 가을이 찾아들까요. ‘청대 숲 돌부처도 공양간 안심보살도’ 곡차를 나눠 마신 듯 발그레지는 가을이라 어디를 가더라도 덩달아 물드는 좋을 계절입니다. -옥영숙(시조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