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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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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어찌할까, 내 삶의 전리품들- 원은희(시인·성재일기간행위원회 회장)

  • 기사입력 : 2023-11-15 19: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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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도 트럭 가득 실린 짐들이 부려지고 있다. 누군가 이 세상을 떴거나, 요양원으로 거처를 옮겼나 보다. 앞집에 세든 짐 정리 업체는 수수료를 받고 처치 곤란한 집안의 물건들을 몽땅 처리해 준다. 삶의 기록이자 증거품이랄 수 있는 물건들도 주인이 떠나면 성가신 짐일 뿐이다. 통장이나 귀중품이면 모를까. 고인의 기억과 자취가 밴 물건이나 화분, 반려동물 등은 남은 가족들에게는 큰 고민거리가 된다. 그래서 이를 해결해 주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트럭 한가득 실려 온 짐 중에 각양각색의 기품 있는 수석이 눈에 띈다. 저 짐의 주인은 수석이 취미였던 사람인가 보다. 세월의 풍화에 깎이고 파인 채 나름의 형상을 한 자연석을 찾아 수많은 산천을 누비고 다녔을지 모른다. 심봤다를 외치며 돌을 안고 돌아와 형상에 맞는 받침대를 만들어 주며 나름 황홀한 시간을 아로새겼을지도. 우리는 매 순간 나름의 가치기준에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지 모른다.

    하지만 주인 잃은 그 돌들은 받침대와 분리된 채 타지 않는 쓰레기 종량제 부대에 아무렇게나 담겼다. 돈을 물고 버려야 할 쓰레기가 되었다. 우리 삶의 빛나는 한순간들도 저 수석처럼 한순간 저렇게 버려지지 않을까 씁쓸해지는 요즘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자의든 타의든 마지막 거처를 요양원이나 병원으로 하는 사람들이 늘고, 독거노인들 또한 고독사에 노출되어 있다. 언젠가는 맞게 되는 죽음이지만 떠나간 자리를 기꺼이 치우려는 가족이 없다. 이런 사회현상을 보며 나의 흔적은 내 손으로 치우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려면 살아 있을 때 소유욕을 내려놓고 중고 거래나 나눔을 통해 물건을 조금씩 처분하는 실천이 필요하다. 스스로에 대한 존엄을 지키고, 남은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누구든 잊지도 버리지도 못한 채 묵묵히 끌어안고 살아온 그 뜨거운 증명이 쓰레기봉투에 던져지길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내 삶의 전리품 같은 물건들을 어찌해야 할지, 디지털 세상을 떠다니게 될 흔적들 또한 어찌해야 할지 한 번쯤 고민해야 할 시대가 되었다.

    원은희(시인·성재일기간행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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