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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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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위기 해법이라며 '의사상' 도입…의사-환자 모두 '싸늘'

"상 대신 정상적인 진료 환경 만드는 대책 내놔야"
"필수의료 의료진에 의사만 있는 것 아냐"

  • 기사입력 : 2023-11-19 1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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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의 자긍심이 떨어졌다'는 지적에 정부가 대한민국 의사상(가칭)을 도입할 계획이지만 현장에선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반갑지 않은 상"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정부가 지방 국립대를 중심으로 지역·필수의료 강화 관련 혁신전략을 발표한 19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응급실 앞 모습. 2023.10.19 psik@yna.co.kr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정부가 지방 국립대를 중심으로 지역·필수의료 강화 관련 혁신전략을 발표한 19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응급실 앞 모습. 2023.10.19 psik@yna.co.kr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필수의료 등에 종사하는 의사들을 격려하고 포상하기 위해 '대한민국 의사상'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연구용역이 종료돼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연말 행정안전부의 2025년도 상훈 심사에 대한민국 의사상 도입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가가 어려운 길을 걷는 분들을 격려하고 후배 의료인에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추진했다"며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고, 훈격 등에 대해서는 행안부와 논의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지난 1월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하며 중증·응급 수술, 소아진료 등에 헌신한 의료인을 대상으로 의사상을 도입해 필수의료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의사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국내외 사례 등을 참고해 수상자 심사 절차와 기준, 운영방안을 수립한 뒤 지난달 보고서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에는 고위험·고난도 분야 수술 실적과 근무경력 등 필수의료 분야의 기여도가 반영될 전망이다.

    하지만 상 제정에 대해 현장 의료진과 수요자 반응은 싸늘하다. 필수의료 현장은 열악하고, 의사 인력 확충과 법적 부담 감경 등 관련 정책에서 의료계·수요자·정부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갑자기 의사들에게 상을 주는 것은 누구에게도 반갑지 않다는 것이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산하 전문위원회에 수요자 단체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순서가 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며 "필수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의료진은 기피하고 환자는 건강상 위해를 받는 와중에 의사상 도입이라는 게 누구에게도 반갑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보정심 전문위원회의 다른 위원인 신수진 이화여자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는 "의사만 필수의료를 하는 것이 아니다. 숙련된 간호 인력도 필수의료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필수의료를 논할 때는 팀, 조직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의사상 도입은 그런 시각에서 나온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신뢰나 직업적인 존경 대신 '이기적'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진 상황에서 의사상을 받는다고 하면 오히려 창피할 수도 있고, 오히려 편가르기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며 "필수의료 종사자들이 정상적인 환경에서 진료를 하고 그것이 사회에서 인정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필수의료 현장이 느끼는 문제점은 의료인의 과도한 법적 부담인데 문제를 그런 식으로 호도하면 안 된다"며 "상이 아니라 근본적인 종합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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