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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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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 황미영(거제교육지원청 중등장학사)

  • 기사입력 : 2023-11-20 08: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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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과 1~2주 전까지만 해도 가을 날씨 치고는 이상하리만큼 기온이 높더니 갑자기 한파가 불어닥치고 첫눈 소식도 들려온다. 이상 기온이니 뭐니 해도 결국 겨울은 오는 모양이다. 매서운 바람이 불고 겨울이 오면 2023년도 어김없이 끝이 나고 또 새로운 해가 시작될 것이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가는 것만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 살면서 맞이하는 이별이다. 며칠 전 사랑하는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 97세의 연세라는 걸 생각하면 어느 정도 예상은 한 이별이지만 그래도 슬픈 건 어쩔 수 없다.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모든 이별은 슬프다.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공평하게 찾아오는 죽음은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모든 죽음은 또 지극히 개별적이다. 각각의 이유로 아쉽고 후회가 되거나 한없이 슬픔에 침잠하게 된다.

    가까운 이의 죽음과 직면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들여다보기 싫고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길 바라거나 최대한 늦게 왔으면 좋겠다는 것이 살면서 자연스레 체화된 감정이다.

    하지만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며 충분히 애도를 표하고 서로를 위로하면서 그 슬픔을 공유하고 공감해주는 것이 서로에게 큰 힘이 되고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의 죽음 앞에서 삶에 위로를 받고 삶의 자세를 배우게 된다.

    어제까지 존재했던 누군가가 현실 세계에서 사라진다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지지만 삶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 그리고 충분한 애도와 슬픔의 시간을 가진 후 더욱 힘차게 살아갈 원동력을 얻는 것,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는 것이 사랑했던 가족과의 이별에서 할머니가 남겨주신 선물이 아닐까.

    나이가 들면서 이별은 더욱 잦을 것이고 반복될 것이다. 하지만 이별을 마주하며 슬픔을 털어내고 행복했던 날들을 추억하며 그 추억을 가끔씩 꺼내보며 일상을 살아간다면 모든 이별은 슬프지만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죽음은 생명을 끝내는 것이지만 관계까지 끝내는 것은 아니다. 사랑했던 할머니의 삶을 존중하면서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삶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본다.

    황미영 (거제교육지원청 중등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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