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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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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교육과 반(反)교육- 황미영(거제교육지원청 중등장학사)

  • 기사입력 : 2023-11-26 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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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며칠 전 아들의 수능 부정행위를 적발한 교사의 학교 앞에 찾아가 난동을 부린 한 학부모의 기사가 실렸다. 이 학부모는 교사의 인생을 망가뜨리겠다며 협박까지 한 모양이다. 이 사건만 봐도 우리의 대학입시가 개인의 삶에서 가지는 무게감이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주입식 교육의 위기 속에서 고차원적인 사고력을 측정하고자 개발된 수능이 이제는 모든 학교 교육을 지배하고 있다. 사교육을 없애려고 오히려 학교에서 사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IB 교육과정이나 고교학점제 등의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입시가 교육의 본질과 무관한 현실 속에서 과연 이 같은 대안들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우리 교육은 과연 ‘교육’이라는 단어가 기본적으로 함의하고 있는 ‘개인의 성장’이나 ‘인격 함양’ 등의 목표 의식을 포함하고 있을까. 가장 높은 교육열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반(反)교육적인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강남권 학생들의 SKY 대학 진학률은 월등히 높다. 결국 돈으로 귀결되는 인프라와 정보에 의해 성취한 결과들로 교육격차는 벌어지는데 모두가 상위권 대학에 갈 것처럼 사교육비로 연간 26조원을 쓴다고 한다.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고 들러리도 이런 들러리가 없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킬러문항을 없앤다고 사교육이 사라질까.

    교육을 투자라고 생각하지만 투자대비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니 탓할 것을 찾게 된다. 그것이 외적 동기로만 문제풀이 훈련에 길들여진 자녀일 수도, 조변석개처럼 바뀌는 교육정책이나 근본적으로 한없이 빈약한 우리의 교육 철학일 수도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반(反)교육적인 우리의 사회문화가 아닐까.

    생명 연장의 꿈이나 내 집 마련의 꿈만큼이나 소중한 자녀의 대학입시 문제는 결국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는 우스갯소리가 별로 우습지 않게 느껴지는 사회현실의 반증이다. 정권 한두 번 바뀐다고 쉽게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우리 사회가 적어도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더는 나빠지지 않도록 꾸준한 인식의 개선과 논의의 여지는 남아있길 바란다.

    황미영(거제교육지원청 중등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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