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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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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인연- 박태종(경남도립남해대학 금융회계사무과 교수)

  • 기사입력 : 2023-11-28 19: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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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춘자 누님은 82세로 일본 도쿄에서 식당을 경영하고 계신다. 경남 교민회 회장도 역임하시고 교민회를 열성적으로 도와주시는 분이다.

    2009년 7월 시모노세키 경남사무소가 도쿄로 이전하게 됐을 때 누님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사무소 이전 즈음 도쿄에 출장을 가게 됐는데, 개소 때라 사무실 환경이 미비했다. 직원을 뽑는 면접관으로 누님과 같이하게 됐는데, 면접을 마친 후 사무소 청소까지 꼼꼼히 하시는 모습을 보고 참 성실한 분이구나 인상 깊게 느꼈다.

    필자는 대학에서 학생들의 해외실습과 취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당시 대학에서는 실습처와 거점 대학이 필요했다. 그때 누님께서 도쿄 소재 한국농산물 수입업체인 일본 물류업체 30개 회사와 한인 3세가 운영하는 일본 일한우호세리사회 및 도쿄 와세다 학교를 소개해 줘 일본 실습과 취업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일본 동양대학교 등 명문대도 연결해 주고 통역도 해 주신다.

    일본에 거주하는 조선인의 역사는 눈물겹다. 1920년대부터 조선인을 납치해 탄광, 여직공, 징용으로 강제동원한 수만 102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정착한 조선인들은 특유의 성실함으로 잘 살아가고 있다. 누님은 일본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때는 일본 친구들의 멸시로 일본 이름인 유아모토로 살았다. 하지만 중학교는 도쿄에서 한국 학교를 다녀 한국어를 잘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의 국력이 신장하면서 한국 이름도 쓰고 당당하게 활동하게 돼 너무 행복하다고 하신다. 누님은 1년에 한 번씩 경상남도 일본 교민회 식목행사 참석차 한국에 오신다. 몇 년 전 남해에서 식목행사가 있었는데,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남해 상주의 초등학교에서 교민회 회원들과 식사를 하고 계셨다. 필자가 일본에서 실습한 학생들을 데리고 방문하자 얼마나 기뻐하시던지.

    올해 여름 부산에 오셨을 때도 남해까지 모셔 와서 원예예술촌, 독일마을, 다랭이마을을 함께 둘러본 후 정식으로 남매가 되기로 도원결의를 맺었다. 가을이 깊을수록 사람이 그립다. 작은 바람에도 우리들 사랑은 흔들린다. 바람의 향기에 따라 일본 문 누님이 그리워진다.

    박태종(경남도립남해대학 금융회계사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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