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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아침놀- 이림

  • 기사입력 : 2023-11-30 08: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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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을 가진 사람은 알지

    아침놀이 연분홍이란 걸


    이른 새벽

    책상 앞에 앉아 쳐다보면

    우뚝 선

    검은 앞산 위로


    아기 볼처럼 피어나는

    아침놀


    ☞ 아침은 시작의 상징이다. 해가 떠올라 사물을 밝히기 전에 아침은 여명으로 피어난다. 어둠을 걷고 열리는 아침은 연분홍 깃발이기도 하다.

    내가 해돋이를 고대하며 지켜보는 날은 주로 새해 첫날이다. 어둠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어느 순간 동쪽 하늘에 어둠이 걷힌다. 어둑한 기운이 스러질 때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없어지고 꿈처럼 화사한 붉은 기운이 번져온다. 어떤 형체도 상념도 빚어지기 전의 연분홍빛 아침놀을 바라보면 새 희망이 가슴에 차오르곤 한다.

    ‘꿈을 가진 사람이라면 알지’라고 시작하는 시인은 아침이면 연분홍빛 꿈을 꿀 것이다. 이른 새벽, 어제의 고난을 짊어진 검은 앞산 위로 오늘의 새로운 아침놀이 피어난다. 지난 어둠이 무슨 빛이었든지 상관하지 않고 아침은 연분홍으로 펼쳐진다. 세상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빛, 아기의 볼처럼 어여쁜 빛으로 오늘을 잉태한다.

    어제의 석양 속에 기울던 삶의 흔적을 비우고, 아침놀을 바라보자. 연분홍빛 꿈을 꾸는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맑아지는 아침이다.

    - 김문주(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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