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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겨울햇살- 이현근(사회부 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23-12-13 19: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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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대설(大雪)도 눈 소식 없이 지나고,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인 동지(冬至)가 다가왔지만 매서운 추위도 없다. 지금 겨울이 맞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조상들의 계절 구분법인 절기(節氣)도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이 어영부영 2023년 ‘검은 토끼 띠’의 한 해도 끝을 보이고 있다.

    ▲겨울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눈이 떠오른다. 세상을 하얗게 덮으며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신세계를 열어주곤 해 바람에 흩날리는 작은 눈발만 봐도 가슴이 뛴다.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라고도 한다. 눈이 보리를 덮어 보온 역할을 해서 동해(凍害)를 입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겨울이면 오매불망 눈 소식을 기다리지만 아쉽게도 기온이 높은 경남은 지리산권을 제외하고 좀처럼 보기 힘들다.

    ▲조상들은 24절기로 계절을 구분해 농사를 짓거나 집안일의 경조사를 정했지만 요즘 날씨는 절기와 어긋난다고들 한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한 기후변화를 원인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절기는 중국 주(周)나라 때 만들어져 2000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당시와 지금 기후에는 많은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 애초 24절기는 기온이 아닌 태양 궤도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기후변화와는 상관이 적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쨌든 잘 맞지 않는 절기가 무색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린 시절 친구들끼리 동장군을 피하고자 바람이 덜 불고 햇살이 잘 들어오는 동네 담벼락에 나란히 등을 기대어 서서 해바라기를 하곤 했다. 겨울 햇살은 구원이었다. 정호승 시인은 그의 시 ‘햇살에게’에서 ‘이른 아침에/먼지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이제는 내가/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하루 종일/찬란하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고 감사해했다. 2023년,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지만 무탈하게 지나간다.… “삶이여 감사합니다.”

    이현근(사회부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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