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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거제도 대구- 김성호 (통영거제고성 본부장)

  • 기사입력 : 2023-12-28 08: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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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귀성 어종인 대구는 해마다 겨울이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귀한 손님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동해 먼바다나 멀게는 러시아 캄차카반도 인근에서 살다가 초겨울 산란을 위해 거제 앞바다로 돌아온다.

    ▼비린내가 거의 없는 대구는 시원한 맛을 내기로 따라올 생선이 없다. 맑게 끓인 대구탕은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다. 바닷바람에 말린 대구로 요리한 대구찜은 특유의 담백한 맛이 별미다.

    대구는 일찍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다. 조선시대 남해안 백성들은 건대구나 반건대구는 물론, 어란해(알젓)와 고지해(이리젓)를 임금에게 진상했다. 조선 조정은 종묘사직과 조정 제례에 진상품으로 들어온 대구를 사용했고 중국 황제의 장례식이나 즉위식, 그리고 혼례에 말린 대구를 보냈다.

    ▼한때 남획으로 자취를 감춘 대구는 2000년대 초반 겨우 복원해낸 생선이다. 1970년대부터 어획량이 급격하게 감소하던 대구는 1990년대 후반 1년에 10마리도 잡히지 않을 정도로 귀한 생선이 됐다. 마구잡이로 잡아들인 결과였다. 그 시절 큰 녀석 한 마리가 40만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인공수정란과 치어 방류 사업이 시작됐다. 방류사업은 10년 이상 끈질기게 진행됐다. 그 결과 씨가 마른 것 같던 대구가 기적처럼 거제도 앞바다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대구는 한 해 평균 22만 마리가 잡혀 약 48억원의 소득을 올리는 효자 생선이다.

    ▼올해 대구가 다시 귀해졌다. 대구 집산지인 거제시 장목면 외포위판장에 하루 20~30마리의 대구가 올라오는 게 전부다. 지난해 이맘때 하루 100마리 넘게 올라왔던 것과 비교하면 10∼20% 수준에 불과하다. 어민들은 겨울답지 않은 따뜻한 날씨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바다의 속사정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대구 소식을 듣고 보니 기후 위기와 함께 우리 식탁 풍경이 바뀌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 같아 두려운 마음이 든다.

    김성호 (통영거제고성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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