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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명절의 당구장- 차상호(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24-02-12 19: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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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롱 피아비가 LPBA 통산 7승째를 거뒀다는 소식이다. 결승전에서는 통산 5승의 임정숙과 맞붙었다. 임정숙이 2세트를 먼저 따냈지만, 스롱 피아비가 3세트부터 7세트까지 내리 4세트를 가져가면서 리버스 스윕으로 챔피언에 등극하면서, 이전까지 다승 공동 1위였던 김가영을 제치고 스롱 피아비가 최다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한동안 당구 뉴스를 보지 않다가 스롱 피아비 우승 소식까지 관심을 가진 것은 바로 얼마 전 당구장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바로 설 명절.

    결혼한 이후로는 본가에 하루나 이틀 전에 가서 음식 장만을 거들고, 명절 당일에는 차례를 지낸 후 처가에 가는 패턴인지라 친구를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절친들이 동네 친구가 아니라 고등학교 친구여서 사는 곳이 다르다 보니 고향에 와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일하는 곳이 부산, 거제, 창원 등이다 보니 평소에도 보기가 쉽지 않다. 우리 또래가 아직 결혼식과는 인연이 없으니 자연스레 누군가의 장례식장에서 만나는 것 외에는 어려운 나이가 되었다.

    바로 얼마 전 친한 친구 아버님이 유명을 달리하셔서 사흘 내내 퇴근하면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이번 설에는 그 친구가 모처럼 명절에 보자고 해 뭉치게 됐다. 원래는 저녁 즈음에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가 예전처럼 좀 일찍 만나서 당구나 한 게임 치자고 해 일찍 나선다.

    술도 먹어야 하기에 차는 고향 집에 두고 모처럼 버스를 탄다. 다행히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라 버스비가 얼마인지 몰라도 또 잔돈을 챙겨가지 않아도 되었다. 참고로 1700원이고, 카드로는 1550원이었다. 평소 타고 다니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데 아무튼, 이래저래 오랜만의 경험을 여럿 하니 기분이 또 새롭다.

    학창 시절에는 제대로 앉아가기가 쉽지 않았을 버스인데 요즘 타는 사람이 없는지 아니면 때가 때인지라 승객이 적은 것인지 처음부터 앉아서 1시간 거리를 갔다. 운전할 때는 보지 못했을 차창 밖 풍경도 감상하고, 운전할 때는 그러지 못했을 잠도 자고.

    하단오거리에 내려서 친구들과 만나 눈에 띄는 당구장으로 향했다. 만석이다. 그랬다. 평소에는 어떨지 몰라도 명절에는 당구장에 자리가 없었다. 그때나 이번이나. 대로변 말고 이면도로 쪽 당구장을 찾아가니 겨우 한 자리가 있어 당구를 친다. 요즘은 우리 나이 때면 골프를 치지 당구는 칠 기회가 거의 없기에 다들 실력은 줄었고, 오랜만에 몇 경기하려던 계획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래도 셋이 모여 당구를 치다 보니 시간도 공간도 고등학교 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아무튼, 꾸역꾸역 한 게임 마치고 나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다.

    고깃집에서 주문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그 넓은 식당이 어느새 만석이 되었다. 명절 바로 전날인데도 우리처럼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보다는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았다.

    자연스레 얘기도 요즘엔 차례 안 지내는 집들도 많아졌다는 쪽으로 이어진다. 이제 차례상 차리지 말자는 누군가와 나 죽기 전까지는 안 된다는 누군가. 자식 대에 가면 자연스럽게 없어지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나만 해도 지난 명절에 해외에 다녀오기도 했고,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어도 차례를 지내지 않는 집이 주변에 많아졌다.

    달라진 것도, 달라지지 않은 것도 많은 명절 경험이었다. 여러분의 이번 명절은 어떠셨습니까?

    차상호(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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