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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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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역사의 선물- 이삼우(극단 예도 대표)

  • 기사입력 : 2024-04-03 19: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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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 시절, 그래도 투표는 빠지지 않았다. 세상을, 정치를, 후보를 잘 몰라도 나름 신념을 가지고 투표를 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에, 사회에 관심이 많아진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투표를 권하곤 한다. 투표는 하자고. 모른다고, 마음에 안 든다고 외면하지 말고 관심을 가지고 우리가 가진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자고. 하지만 이러한 원론적인 잔소리는 요즘 자주 등장하는 ‘꼰대’ 취급받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2022년 12월로 기억하는데 어느 날 경남선거관리위원회라는 곳에서 선거 참여를 유도하는 연극을 만들어 줄 수 있냐는 전화가 왔다. 당연히 가능하다고 했다. 담당자들을 만나고 공연 관련 의논하는 과정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이렇게 많은 분이 애를 쓰고 계시는구나.’ 정치적 중립성을 가진 공연을 강조하며 부탁하는 그분들의 책임감과 헌신에 제작자로서 부담감도 컸다.

    연극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왜 선거를 해야 할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시작으로 ‘그럼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등의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의 참정권 역사를 공부하게 되었다.

    그래서 미국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사건(1955년 로자 파크스가 버스에서 인종 분리의 부당함에 저항한 사건을 시작으로 1956년까지 지속된 정치·사회적 보이콧 사건)을 시작으로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서프러제트(20세기 초 영국에서 여성 참정권 운동을 벌인 여성들을 지칭하는 용어)를 알게 되고, 에멀린 데이비슨(국왕의 경마대회에 말에게 몸을 던지며 “여성에게 투표권을!”이라고 외치며 사망한 영국의 사회 운동가)의 희생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3·15 의거를 시작으로 4·19혁명, 5·18 민주화 운동, 그리고 6·10 민주항쟁을 통한 대통령 직선제까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수없이 많은 사람의 헌신을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한 참정권을 얻기 위한 역사의 눈물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왜 투표를 해야 할까? 많은 희생과 눈물을 통해 이루어낸 큰 선물(투표권)을 이제 우리가 잘 사용하고 보전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선거에 더 관심을 가지고 훌륭한 리더를 뽑고, 당선된 그들은 함께 모여 투명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낸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더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훗날, 우리의 아이들에게 전할 수 있는 역사의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 그 선물이 바로 앞선 세대들이 그토록 간절히 가지고자 했던 바로 ‘인권’이 아닐까 생각한다.

    끝으로 공연 제작 당시 나에게 많은 감동과 영감을 준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개인적 의견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에는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가 있다. 민주주의가 존재하는 한 선거관리위원회는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존재하는 한 민주주의는 지켜질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끊임없이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니까.

    이삼우(극단 예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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