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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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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가정의 달

  • 기사입력 : 2003-05-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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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이번 달에 어린이 날을 비롯하여 어버이 날 등을
    제정, 가정에 연관된 풍성한 행사들을 마련하여 그 뜻을 기리는 것은 가정
    의 의미를 재인식하고 더 나아가 가족의 역할과 위치를 굳건히 다짐하자는
    사회적 결의가 내포돼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가정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 드높다. 산업 정보화시대가 도
    래하면서 전통적인 윤리 도덕위식은 점차 쇠퇴되어지고 이에따라 부모와 자
    식간을 비롯하여 가족 구성원간의 고유한 가치기준도 퇴색하면서 가정과 가
    족의 해체현상은 급속도로 진행돼 왔다. 게다가 우리에게 다가왔던 외환위
    기는 수백만의 사람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대량 실업사태를 야기했고, 이로
    인해 고개숙인 아버지들의 행렬 극복이후에도 지속되며 가정의 위기감을 더
    욱 증폭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은 천륜을 무시하고 인륜을 저버린 범죄들이 횡행하고 있는
    우리 사회현상에서 그대로 반증되고 있다. 남편의 실직으로 생활고가 깊어
    지자 아내가 가정을 팽개치는 바람에 아이들이 보육원에 보내지는가 하면
    용돈을 주지 않는다고 부모를 흉기로 위협하고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천인공
    노할 일이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처참한 세상이다.

    가정위기의 심각성은 이혼 현주소가 여실히 대변하여 주고 있다. 통계청
    의 지난해 인구동태 통계는 가정에 대한 기존의 관념이 크게 흔들리고 있
    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
    난 한햇동안 혼인은 30만6천600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4.2% 감소했으나 이혼
    은 14만5천300건으로 7.6% 늘어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90년대 들어 계
    속 증가 추세에 있는 이혼이 해를 거듭할수록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혼율이 가장 높은 나이대는 남자는 40대 전반, 여자는 30대 후
    반으로 집계돼 모두 가정적으로 안정을 이루어야 할 시기에 파국을 맞은 것
    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황혼이혼의 증가는
    두드러져 보이는 사회현상으로 우리 곁에 다가서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결혼생활 20년 이상의 황혼이혼은 90년 3.9%, 95년 6.5%,
    2000년 10.9%로 증가하다 지난해엔 15.7%까지 치솟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
    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백년해로한다거나 부창부수란 말을 생활철
    학으로 살아온 어머니들의 가르침이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가정이란 남편과 아내와 자녀가 집안의 대소사를 의논하면서 오순도순 생
    활을 꾸리는 단란한 터전이기 때문에 가정은 우리에게 안락과 휴식을 줄 뿐
    만 아니라 책임감과 보람을 안겨준다. 그래서 우리는 가정을 삶의 보금자리
    라고 일컫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우리의 가족구조나 가정형태가 더
    이상 전통적인 가부장제의 틀 속에 머물러 있을 수 없는 추세로 발빠르게
    나아가 이에대한 대책마련이 절실히 요구되어지고 있는 오늘이다.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건 국가건 온전할 수 없다. 우리
    의 마지막 보루인 가정이 무너지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의 붕괴로 이
    어짐을 철저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가정
    을 지키겠다는 각오가 재기하는 힘의 원천이었고 사회의 저력이었다. 그러
    나 지금은 역경에 이르면 가정과 가족부터 버리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가정의 안정을 위협하는 사회적 환경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가
    정의 역할 또한 더없이 소중한 처지이다. 고개숙인 아버지의 기를 북돋워주
    고 방황하는 가족을 껴안아주는 가족간 사랑과 애정의 나눔이 그 어느 때보
    다 절실하다. 이에는 가족의 제자리찾기와 공동체의식의 회복이 선결과제이
    다. 부모 스스로 권위를 지킬수 있는 행동을 보임으로써 자녀들이 정신적
    삶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가족 구성원간 진솔한 대화를 나누
    어 한울타리의 가족 공동체의식을 일깨워야 할 것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 모두 가정의 의미와 가족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로 삼아
    야 할 것이다. /나택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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