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밤의 아버지 - 박구경
시장 들목에서 걸려술이 많이 늦었지만병아리 몇 마리와산 닭 두 마리를 사 든 아버지새끼들을 어리 속에 몰아넣고마당까지 내려온 보름달을 치는 것은내리치는 것은흰 눈 위에 붉게 물들이던 그것은인삼 향이 밴 뜨거운 닭국으로동생들을 깨워자다 일어난 입맛을 쌉싸래하게 하며이미 오래전 오래전부터 그랬듯이...2017-12-21 07:00:00
- 가시 - 김우태
가시가 걸렸다.나락 매상 끝내고 어두워서야술 취해 돌아오신 아버지.이것저것 떼고 나니 남은 것은커녕빈 지게 가득빚더미만 지더라며육자배기 가락으로 돌아오시던 아버지 손에무겁게 쥐어진갈치 한 꾸러미.그걸 먹고 목구멍에 가시가 걸렸다.물을 들이키고김치를 둘둘 말아 먹어도목에 걸린 가시는 도무지 내려...2017-12-14 07:00:00
- 대봉감 - 최영욱
지난 여름의 무더위가 키웠을까지리산 푸른 바람이 달았을까저리도 달고 붉게 매달려지리산 푸른 달빛이개치나루로 하동포구로 흘러드는길을 밝히는가로등이었다가악양골 인심 좋은 농부들 웃음이었다가허공을 두리번거리는까치들 밥이었다가이 가을을 내 손 안...2017-12-07 07:00:00
- 이 거리 저 거리 각거리 - 하순희 친구들과 다리 뻗고 누구 다리 걸릴까“이 거리 저 거리 각거리 진주 남강 또 남강 짝 바리 휘양건 두루메 줌치 장독간 머구밭에 물소리 동지섣달 대서리 가위바위보”밤새워 모여앉아서뭐가 그리 우스웠나☞ 동시조 한 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전통놀이를 동시조에 접...2017-11-23 07:00:00
- 가을 청소부에게 - 강호인
지평선 맞닿은 하늘 질펀한 노을이나술 취한 바람결이 흩고 가는 노란은행잎언제나그런 서정만그대 몫이 되게 할까형체 없는 그림자야 미리 쓸지 못하지만노동의 신성함을 온몸으로 증명하는그대의 빗자루 끝에다놓고 싶은 이 시대…….사랑의 보습 꽂고 꿈밭 가는 이웃 속엔생선살에 뿌려지는 소금 같은 약속이 있듯...2017-11-16 07:00:00
- 유모차 - 김연동 붉게 물든 서편 하늘 노을이 타는 길로폐지 실은 유모차에 할머니가 끌려간다구겨진 신문지처럼휜 삶도 접어 얹고,황혼을 높이 나는 꿈꾸는 새가 되어마지막 일력까지 태우고 싶다지만,적멸에 이르는 길섶산그늘이 짙어온다☞한 편의 문학 작품을 통하여 감동(희로...기자명 기자 2017-11-09 07:00:00
- 저문 가을, 은행나무 - 옥영숙
그곳은 지상에서 가장 오래된 선방으로피붙이 하나 없고 집 없는 노후도뜻 모를 도시의 소음도화두로 삼는다틈틈이 법문 듣고 참선하는 눈빛들바람 잦으면 죽비소리 하늘을 흔들고얼마나 큰 형벌인지황등을 밝혀 든다난해한 잡념으로 뒤척이는 가지마다육신의 때를 벗는 씨알 같은 땀방울은선승(禪僧)의 깨달음일까...2017-11-02 07:00:00
- 가을 산 - 김진희
마른 추억 검불 되어 활활 타는 불이다가슴 깊이 묻어 둔 심지 휘이익 당기면불두덩 달아오르는내 안의 야생마여온 산야 헉헉대며 무법천지 내달리는짐승들 이글거리는 눈포효하는 소리, 소리불타는 한 생애의 꿈불불불☞ 일반적으로 시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험적인 고시조부터 시인지 시조인지를 분간하기 어려...2017-10-26 07:00:00
- 가을편지 - 서일옥
그대에게 가는 길멀고도 너무 멀어노오란 꽃잎 한 장강물에 띄웁니다혹여나 가슴에 닿아꽃이 되어 피라고무너져 내려 앉던그 날의 시간 위에마음 앞서 밀려오는그리움을 적습니다사랑이 불꽃으로 피는이 가을을 적습니다☞ 가을 서정이 가득 들어있는 시조입니다...2017-10-19 07:00:00
- 가을 의자 - 김복근 여태껏걸었으니여기 좀 앉아 봐라내려오는 길, 가늘게 비가 내리는데,그립다 말도 못하고 눈물은 고이는데,☞ 한 편의 시조를 통하여 가을을 만납니다. 더욱이 제목대로, 시인이 이끄는 의자에 앉고 싶어졌습니다. 그것도 가을이란 의자에 말입니다.작품은 첫머리인...2017-10-12 07:00:00
- 구절초 2 - 김정희
사람아먼 사람아엇갈린 길목에서봄여름 기다려도돌아오지 않더니이 가을 풀 초롱 들고어느 결에 왔느냐☞ 구절초를 사람에게 잇대고 있다니. 그것도 늘 엇갈린 ‘먼 사람’에게로. 봄여름을 내내 기다렸건만 돌아오지 않더니 이 가을에 풀 초롱을 들고 왔다고 한다...정민주 기자 2017-09-28 07:00:00
- 지금, 남천南川은- 김만수
푸른 하늘 흰 구름이고도 젖는남천졸졸졸그 소리 않고세월은 흘러가는어쩌랴,한 시대 돌아그 이름 지우고 있다*남천 : 창원공단으로 흐르는 개천☞ 주거지역과 공단지역이 분리되어 있어 계획도시라 일컬어지는 창원시, 이전에는 남천이 흐르고 논밭이 있던 곳이...2017-09-21 07:00:00
- 양귀비 - 공영해 비린 생 핏빛 유혹 지체 놓은 귀비貴妃라 해도할머닌 피는 족족 꽃잎을 따버렸다떼어야 정을 떼어야 잡초로나 산다시며밤마다 뼈를 갉는 송곳 아픔 생각하면거두어 베갯머리 약으로나마 묻어두고넉 잠 든 누에들처럼 깊은 잠을 청할 텐데고단한 삶의 고비 잠시 헛...2017-09-14 07:00:00
- [시가 있는 간이역]대 - 김교한 맑은 바람 소리 푸르게 물들이며어두운 밤 빈 낮에도 갖은 유혹 뿌리쳤다미덥다 층층이 품은 봉서 누설 않는 한평생☞ 시인의 일생이 고스란히 들어있음으로 감히 읽혀졌습니다. 이 시조에 나오는 ‘미더운 대나무의 한평생처럼’. 그렇습니다. 시와 사람이 함께 가는 ...2017-09-07 07:00:00
- 남강의 가인들이여 - 이처기 강물에 흘러가는 건 유등불만 아니다낭창낭창 남인수 노래 밤물 젖어 흐르고이봉조 색소폰 울림도 우수에 젖어 간다강물 잠겨 우는 건 호국사 종만 아니다이재호 오선지가 떠오르다 잠기더니목풍금 두드리면서 정민섭도 울며 간다☞ ‘애수의 소야곡’, ‘가거라 삼팔...2017-08-24 07: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