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673- 김영승
- 기사입력 : 2012-02-1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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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구들 우연히 밖에서 만나면
서럽다
어머니를 보면, 형을 보면
밍키를 보면
서럽다.
밖에서 보면
버스간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병원에서, 경찰서에서……
연기 피어오르는
동네 쓰레기통 옆에서.
☞ 나도 누군가에게 ‘우리 식구를 우연히 밖에서 만나면/서럽다’고 했더니 그 말뜻을 잘 못 알아듣더군요. 다들 잘 먹고 잘 사나 봅니다. 이 말뜻도 모르니까요.
가난이여. 고난이여. 가족된 것의 서러움이여. 가난한 것이 무슨 죄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마음은 자꾸만 위축되는 걸까요.
늙은 어머니는 자꾸만 쇠약해져가고 철없는 아들은 어떻게 살아갈지 아무런 대책도 없습니다.
주머니에 돈이 있으면 서럽지 않을까요? 먹고 싶은 걸 실컷 먹으면 이 서러움이 없어질까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어쨌든 이 서러움의 근원은 가난이고, 가난하다는 것은 돈이 없다는 것이고….
글쎄, 돈이 암만 있어도 인간한테는 누구에게나 다 공평(?)하게 걱정거리가 있다지만, 가난해서 서러운 이거나 면해 봤으면 좋겠네요. -유홍준(시인)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