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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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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픈 데 못가는 고향' 추석이 서러운 사람들

  • 기사입력 : 2013-09-19 08: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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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족의 명절 추석에도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코앞으로 다가온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그리고 반겨줄 가족이나 돈이 없어 고향에 가지 못하는 쪽방촌 주민이 바로 그들이다.

    고려대 전기전자과에 다니는 이모(22)씨는 대출받은 학자금을 갚으려고 지난달부터 음향관련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5개월 동안 매달 100만원씩 받기로 하고 시작한 아르바이트였지만 이번 추석 연휴에 작업 일정이 잡히면서 결국 이씨는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지 못하게 됐다.

    이씨는 "아르바이트생이고 이만한 보수를 주는 회사도 없어 연휴에 일하겠다고 했다"며 "부산에 내려간 지 6개월이 돼 가족이 보고싶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오는 12월 중등 임용고시 1차 시험을 앞둔 김미현(24·여)씨도 추석에 못 내려간다고 며칠 전 광주 본가에 알렸다.

    시험이 석 달도 안 남아 노량진 학원의 연휴 특강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내려가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지만 다른 사람들 다 공부하는데 혼자 추석을 쉬는 것도 마음이 불안하다"며 "부모님이 많이 서운해 하셔서 빨리 시험에 붙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고 말했다.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추석 연휴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 식사를 어디서 해야 하는지 등을 묻는 글들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고향에서 차례를 지낼 수 없는 쪽방촌 사람들을 위한 공동 차례상도 차려졌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상담센터 '사랑의 쉼터' 2층에는 오전 9시부터 고향에 갈 수 없는 쪽방촌 주민 50여명이 모여들었다.

    독거노인이 대부분인 이들은 공동 차례상 앞에 모여 절을 하고 술도 올리며 아쉬움을 달랬다.

    돈의동 쪽방에서 25년을 산 박병무(70) 할아버지는 "전쟁고아라 명절이 되어도 돌아갈 고향이나 찾아볼 가족이 없다"며 "명절 때마다 고향에 내려가는 다른 가족을 보며 너무 쓸쓸했는데 공동 차례상이라도 차려주니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주가 고향인 황모(69)씨도 "돈도 없고 고향에 내려가도 반겨주는 사람이 없어 못 내려간다"며 "그래도 돌아가신 부모님을 위해 차례는 지내고 싶었는데 이렇게 절이라도 할 수 있게 돼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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