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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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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드는 행복한 경남!Ⅱ ⑥ 고성곤충생태학교

‘곤충 키우기’ 새 농업 도전… 아이들 정서순화 체험교육 중점

  • 기사입력 : 2013-09-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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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교를 리모델링해 개설한 고성 곤충생태학교. 초록색 망은 나비를 키우는 곳이다./김승권 기자/
    고성 곤충생태학교 직원이 2층 밀웜(meal worm·거저리 유충) 사육실에서 일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곤충 생산이 농업이 된다? 도내에서 드문 사례이고, 전국적으로도 두드러진 성과는 아직까지 없다.

    지난해 경남도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된 고성군 영현면 ‘고성곤충생태학교’ 엄화선(60) 원장은 ‘불모지’와 다름 없는 곤충을 새로운 농업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통영대전고속도로 통영 방면의 연화산IC를 내려 10분쯤 차량으로 이동하니 학교 위에 설치한 ‘고성곤충생태학교’라는 큼직한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폐교한 영현중학교를 리모델링해 들어선 것이다. 곤충에 관심 있는 회원이 모여 ‘촌스러운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이 같은 생태학교를 개설했다. 현재는 엄 원장이 총괄적으로 이곳을 이끌어가고 있다.

    폐교 건물 입구에 ‘자연을 집 삼아, 곤충을 벗 삼아’라고 적힌 또 다른 간판이 사회적기업임을 짐작하게 했다.

    고성곤충생태학교가 처음부터 사회적기업의 형태를 갖춘 것은 아니었다. 생태학교를 시작한 것은 2년 전이었고, 지난해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다. 그 과정에 내부시설 개선에 많은 투자를 했다.

    엄 원장은 “생태학교가 사회적기업이 될 수 있냐는 인식 때문에 받아주지 않은 것 같다. 곤충으로 고용창출이 얼마나 되겠냐는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후 적지 않은 투자로 시설을 정비했고, 경남도에서도 다시 방문을 했을 때 사회적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줬다. 경남도는 곤충을 활용한 독특한 수익모델을 발굴하고 체험학습 등을 높게 평가해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했다. 현재 7명의 직원을 고용해 2개 분야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고성곤충생태학교는 곤충을 생산해 이익을 내야 하는 소규모 기업이라 볼 수 있지만, 그보다 우선 목표는 ‘아이들의 정서순화’에 있다. 엄 원장이 생태학교를 소개하면서 각종 곤충을 모아둔 표본실과 실제 개체가 자라는 과정을 보여주는 곤충실 등 체험교실을 제일 먼저 보여준 것에서 그 목표를 엿볼 수 있었다. 생태학교의 실제 수익원이라 할 수 있는 ‘밀웜’ 사육실은 나중에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의 곤충생태체험을 위한 표본실에는 나비, 풍뎅이 등 국내외에서 구입한 수천 종류의 곤충들이 전시돼 있고, 곤충실에는 몇 가지 곤충들의 생활모습을 한눈에 배워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표본실의 곤충 개수는 타 지역의 전문적 전시관에 비해 부족한 게 많지만 엄 원장 개인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곤충표본을 수집할 수 있었을까 하는 감탄을 줬다. 살아있는 곤충을 기르는 곤충실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많은 곤충이 죽었지만, 주기적으로 돈을 들여 곤충을 사오는 등 정서순화 교육장소로 발전시키고 있다.

    엄 원장은 “마산에 태봉고 등 학교기관과 MOU를 통해 곤충실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곤충의 종류가 다양해 개체별로 일일이 신경을 써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죽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운영상 어려움이 많지만 엄 원장의 꾸준한 노력 덕에 이곳을 찾는 학생은 많아지고 있다. 올해 5~7월 3개월 동안 3000여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학교 2층 한 교실을 이용한 사육실에 들어섰을 때 취재진은 깜짝 놀랐다. 엄 원장이 생산하는 것은 ‘밀웜(meal worm)’이었다. 우리말로 ‘거저리’ 유충이다. 길이 1~2㎝ 밀웜이 플라스틱 옷장 서랍에 자라나고 있었다. 약 5000마리 밀웜이 자라는 서랍이 1200개 정도 있으니 600만 마리가 동시에 사육되고 있는 셈이다. 엄 원장은 2009년부터 밀웜을 대량적으로 키우기 시작해 지금까지 왔다. 밀웜을 주 수익원으로 삼고자 하고 있지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성과는 미흡하다.

    엄 원장은 “밀웜 등 곤충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특화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수요에 비해 과잉 생산되고 있는 면이 있어 시장성이 제일 고민이다”며 “현재는 가축과 애완동물 등 사료로 공급되는 수준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밀웜은 밀 껍질을 주로 먹고 수분 공급을 위해 호박 등을 갈아 먹이면 된다. 버려지는 폐기물을 이용해 고급단백질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밀웜 한 마리가 600~800개의 알을 낳기 때문에 생산→공급 사이클만 잘 돌아가면 좋은 농업으로서 수익은 전망된다. 이 같은 사이클이 이뤄지려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용으로 발전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식용으로 허용된 곤충은 아직까지 메뚜기와 누에 번데기밖에 없다. 밀웜은 배설물까지 버릴 게 없다”고 했다.

    정리하자면 고성곤충생태학교 운영 구조는 곤충체험학습과 밀웜 생산이다. 수익구조에 있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도 현재로선 마지노선에 다가서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애초부터 곤충농업의 경제성에 큰 기대를 하지 않은 탓에 엄 원장의 마음은 편하다. 언젠가는 뜰 수 있는 새로운 농업이라고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연구하겠다는 생각뿐이다.

    엄 원장은 “곤충산업은 아직 뜨는 산업은 아니다. 조만간 대박이 날 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일은 욕심이 있으면 안 된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우리나라에서 계속적으로 곤충산업을 키워야 한다. 곤충에서 단백질을 얻자는 분위기는 세계적으로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밀웜 생산의 성공 여부는 앞으로 상황에 맡기기로 하고, 곤충을 이용한 생태체험 사업에 더욱 전념할 생각이다.

    엄 원장은 “곤충을 통해 아이들의 심리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 알고 도입하기 시작했다. 정서 산만한 아이들에게 효과가 높다. 곤충단지를 만들어 곤충을 활용한 어린이 정서순화 교실의 일종인 유학센터를 내년부터 개설해 교육도 하고 판매도 하는 운영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김호철 기자 keeper@knnews.co.kr



    /인터뷰/ 엄화선 원장

    “곤충농업 활성화되려면 먹을 수 있는 식용화 시급”

    -원래 곤충에 대해 관심이 많았나.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를 하다 그만두고 시골에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부산에서 농촌으로 왔다. 10여 년 전이었다. 그냥 놀고 있을 수가 없었다. 땅도 없고, 돈도 없고, 농업에 대해 아는 것도 없는데, 내가 농촌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을 했다. 그러던 중 일본의 한 홈페이지에서 곤충을 접했고, 나비를 키워보면 어떨까 하는 관심을 가졌다. 사천에 있을 때 어느 농장에서 나비를 키웠고, 나아가 알에서부터 나비가 되는 과정을 교육에 접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많은 종류의 곤충에 관심을 갖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 곤충농업 수준은 어떤가.

    국내 2곳이 국가 지원을 받아 시범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경남은 아직 잘 안 되고 있다. 전남도는 작년과 재작년에 우리 생태학교를 벤치마킹을 하고 18개 농가가 곡성군을 중심으로 밀웜 생산에 뛰어들었다. 곤충만 가지고는 산업으로 성장할 수 없어 밀웜을 많이 하고 있다. 전남도가 곤충산업에 대한 전망성을 인식하고 적극 달려들고 있는 것이다.

    -곤충농업이 활성화되려면.

    밀웜이 올해 한시적으로 식용으로 개방되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혐오감이 높아 수요가 거의 없다. 곤충농업이 산업으로 커가기 위해서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용화가 시급하다. 국가에서 식용으로 허용해야 수요가 많아질 것이고 성장할 수 있다. 곤충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 5년 이상은 걸릴 것 같다.

    김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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