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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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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예술은 누가 만드는가- 이문재(문화체육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3-11-1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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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화, 서예, 도예, 조각, 사진 등 각종 미술작품 전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개인전에다 회원전, 또 다양한 단체들의 합동전까지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도내 각 전시장은 한 행사가 철수하면 동시에 새로운 전시를 준비하는 분주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대개의 전시는 월요일에 시작해 일요일에 마치는데, 일요일 오후면 작품을 철수하는 쪽과 들여오는 쪽이 맞부닥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쯤 되면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기도, ‘전시의 계절’이라고 할 만하다.

    경우야 어찌됐든 전시(展示)의 목적은 같다. 자신의 예술적 감각과 철학을 드러내는 행위다.

    물론 여기에는 관람객 등 타인의 평가가 반드시 뒤따른다. 때문에 전시에 내걸리는 작품은 그 작가의 감각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길 수밖에 없고, 또 그래야 한다.

    비록 겉으로 드러나는 미술적 감각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작품에 쏟아부은 땀과 철학은 유명(有名)이든 무명(無名)이든 다를 바 없다.

    모두가 조심조심 작품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간혹 본질의 미추(美醜)를 생각하지 않고, 화장(化粧)이 잘됐는지 아닌지만 따져 작품평을 하는 부류들도 있긴 하다.

    기성 작가들의 전시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기 외에 판매와 스팩 쌓기라는 두 가지 목적이 보태지는 게 일반적이다. 개인전이든 단체전이든 자주 참여해야 이름을 유지할 수 있고, 다른 전시 참여의 기회도 잡을 수 있다. 작가들이 개인전이 여의치 않으면, 단체전에라도 참여하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울러 작품을 판매해야 생계를 꾸려가고, 창작활동에 필요한 경비도 충당할 수 있다. 기성 작가들의 전시장 분위기가 조금은 팽팽하고, 묵직한 것은 이런 이유들이다.

    최근 참으로 아름다운 그림 전시회를 우연히 목격했다. 그림이 걸려 있는 곳은 상설전시장도, 당연히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그런 곳이 아니다.

    조명이 비치는 갤러리도 아니었고, 격식을 갖춰 그림을 걸어놓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툇마루에 작품들을 죽 세워놓은, 어찌 보면 무성의하기까지 한 형태의 전시였다.

    짐작하고도 남겠지만 기성 작가가 아닌 아마추어 동호인들의 정기전이었다.

    기자가 참으로 아름다운 전시라고 느낀 것은 작품성을 따져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그림들은 대부분 손이 많이 가는 수묵화로, 최소 수백 번은 붓칠을 해 만든 작품이었다.

    작품을 가만 들여다보면서, 손이 서툰 이들이 얼마나 눈을 깜박이고 땀을 흘렸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렸다.

    정작 자신의 본업도 아닌 일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꺼이 버티고 이뤄낸 창작의 열정이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왔다.

    그림만이 감동을 준 것은 아니다. 그림 앞에 놓인 조그만 꽃다발의 리본에 써놓은 메시지도 감동을 더했다.

    남편이 아내에게, 딸이 엄마에게, 가까운 이웃들이 꽃과 함께 살가운 전시 축하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딱히 특별한 것도 아닌, ‘수고했어요’, ‘사랑합니다’ 등의 내용이었지만 그림에 에너지를 불어넣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아마도 그림의 주인공도 이 짧은 한마디에 그간의 수고를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또 한 번 창작을 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고 정화(淨化)시키는 예술(藝術)은 누가 만들어내는 것일까.

    기자의 생각은 ‘모두’다. 작가만의 몫이 아니라는 얘기다. 가족이든, 이웃이든, 또 모르는 관객이든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모든 게 풍성한 이 가을, 예술의 언저리로 다가가보자. 당신의 우연한 발걸음이 예술을 만드는 큰 힘이다.


    이문재 문화체육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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