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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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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인가? - 김은민(한국연극협회 밀양시지부장)

  • 기사입력 : 2013-12-1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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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시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은 테베의 왕자로 태어났지만, 자신의 아비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운명이라는 신탁을 받음으로써 태어나자마자 죽을 운명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어린 목숨을 가엾이 여긴 양치기는 차마 죽이지 못하고 버린다. 그 아이는 코린토스의 왕자로 자라고 자신의 신탁을 알게 된다. 자신의 운명을 피하기 위해 길을 떠난 곳이 테베다. 결국 자신의 운명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길이 종국에는 신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비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죄책감으로 자신의 눈을 찔러 장님이 되어 방황의 길을 떠난다. 그가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었던 것일까? 물론 신에 대한 믿음이 강했던 그리스시대이기에 가능했던 문학이지만 현재도 그 운명이라는 발목이 우리를 이끌고 있는 것 같다.

    학교에서 한 번 낙인이 찍힌 학생은 졸업할 때까지도 손가락질받는 학생이 된다.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서 그 학생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되돌리려 해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연극을 가르쳤던 학생 중에 중학교 때부터 문제아로 낙인이 찍힌 아이가 있었다. 방황의 시기도 있었고 탈선의 시기도 있었지만 개인적인 목표를 위해서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감내하고 살았다. 그러나 학교 선생님들의 눈에 비친 그 아이의 모습은 여전히 문제아였다.

    또 아주 열심히 하는데 정말 운이 없는 아이도 있다. 죽어라고 하는데 시험운이 없다. 운전면허 시험에도 4번의 낙방을 맛보고서야 합격을 했다. 합격했다 싶은 순간에 뭔가 실수를 하고, 방심하는 순간에 불합격 판정을 받는 것이다. ‘열심히만 하면 안 되고 잘해야 한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느냐보다는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밖에는 그 아이를 위로할 방법이 없다.

    누구에게는 자그마한 실수가 애교가 될 수도 있는데 그 누구에게는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이 안 된단 말인가? 훗날 서로 다른 재목이 되어 있겠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어떤 이에게는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난국이 그들을 직면하고 있다. 이것이 운명인가? 그렇다면 그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인가?

    김은민 한국연극협회 밀양시지부장·극단 메들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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