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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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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투데이] 14년간 어려운 노인 도와온 75세 배등삼 할아버지

“매일 기도해, 내일도 봉사하게 해달라고…”
13개 경로당에 우유·달걀 등 매일 배달
봉사 위해 복싱·태권도로 체력 단련도

  • 기사입력 : 2013-12-1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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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동심초회 배등삼 회장이 지난 12일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경남동심초회 앞에서 경로당에 배달할 우유와 계란을 차에 싣고 있다./김승권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은 김장김치도 갖고 왔습니다. 많이 잡숴요.” “아이구, 매일 고맙습니다.”

    매일 아침 10시 30분이면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어느 골목길에선 차 시동 소리가 난다. 8년째 매일같이 차를 모는 베테랑 운전사 배등삼(75) 할아버지가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힘찬 소리다. 그가 태운 승객은 신현철 씨가 준 ‘약초 먹인 달걀’과 롯데백화점이 후원한 흰 우유. 아침을 거르다시피 하고는 일찍 경로당에 나와 있을 노인들을 위한 것들이다.

    “어르신들한테 여쭤 보니 뼈가 안좋고, 배가 출출할 때가 많대서 우유를 달라고 하시더라고. 올해 여름부터 드렸는데 엄청 좋아하셔, 엄청.”

    배 할아버지는 중앙동의 13개 경로당을 도는 자신만의 지도가 있고, 어제는 어느 경로당에 우유를 줬는지, 달걀을 줬는지 정확하게 기억한다.

    이날은 경남여성능력개발센터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김장김치도 실어 차가 여느 때보다도 묵직하니 배 할아버지도 든든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가 봉사활동에 발을 디딘 것은 1999년 겨울, 지인들과 함께 창원 북면에 있는 성모원을 방문해 성금을 전달하면서다. 그 이후로 2002년 봉사단체 작은바위회를 만들어 어르신에 도시락을 갖다드리면서 배달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2011년에는 봉사하는 마음은 다 같다는 뜻으로 단체 이름을 ‘동심초회’로 바꾸며 사회 각계각층의 봉사활동 참여를 유도했다. 그 결과로 요일마다 3곳씩, 모두 15개 도내 기관에서 간식 배분을 함께 돕는다. 토요일에는 희연병원에서 노인들에 죽을 배급하고, 신청을 받아 장수사진도 찍어준다.

    할아버지를 만난 목요일은 마산청과 류종만 씨가 제공하는 무·시금치·대파 등 갖가지 농산물들을 노인들께 드리는 날. 오전에 배달을 다녀온 뒤, 바로 도착한 농산물을 점검하고 배분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에 바쁘다. 그런 와중에도 할아버지는 매일 체육공원에서 복싱과 태권도를 연마한다.

    “팔 힘을 길러야 운전대도 잡고, 우유상자도 들어올리지. 안 그래? 허허.” 다음날 배달에 차질이 생길까 좋아하는 술도 줄이고 있다.

    자신도 노구면서 왜 이 일을 할까? 할아버지는 뒤돌아 소파 벽면에 걸려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답했다.

    “독립군이었던 아버지가 삼일절 행사 때 독립선언문을 읽고 있는 사진이에요. 만주에서 군인들이 전투식량으로 검은콩을 허리에 차고 다녔는데 그것까지 나눠줬다니까 말 다했지 뭐. 나도 아버지 유언을 따르는 거예요.”

    아버지의 뜻을 오롯이 잇고 싶은 할아버지는 매일같이 기도한다.

    “내일도 아픈 데 없이 봉사 잘 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우유를 좀 더 많이 줄 수 있게 해주세요.”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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