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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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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의무교육과 무상급식·교복- 이병문(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13-12-1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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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상급식 논란이 연례행사가 된 지 오래다. 말만 들어도 짜증이 난다. 도민이 이럴진대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밥을 먹는 아이들의 답답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경남도와 도교육청, 18개 시·군은 어느 기관의 돈으로, 의무교육을 받는 학생 중 누구를 대상으로, 어느 지역의 학생까지 공짜로 밥을 줄 것인가를 두고 3년째 소리 없는 삿대질을 하고 있다.

    무상급식은 지난 2010년 8월 당시 김두관 지사와 고영진 도교육감이 2014년까지 도시 고교를 제외한 도내 모든 초·중·고에 공짜로 밥을 제공하는 소위 ‘경남 무상급식 로드맵’을 확정하면서 논란이 잦아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로드맵 확정 과정에서 시·군과 사전 협의가 생략됐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2011년부터 예산 분담비율을 놓고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다. 도내 정당과 소속 정치인들은 선별적·보편적 복지, 생산적·시혜적 복지 등 이념논쟁에 뛰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책임 있는 정치인은 말을 바꿨다.

    결국 내년에는 도시지역 중학생을 뺀 도내 초·중학생에게 공짜 밥이 제공되는 것으로 관련 예산이 확정됐다.

    무상급식 대상이 매년 오락가락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도 헷갈린다. 피한다고 비켜갈 수 없는 데다 한계에 달한 재정여건을 볼 때 어떤 방식이든 정리가 필요하다.

    첫째, 다시 원칙으로 되돌아가자고 귀띔하고 싶다.

    헌법 제31조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그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가 있다.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못 박고 있다.

    교육기본법은 ‘대한민국 국민은 6년의 초등교육과 3년의 중등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돼 있다.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근거, 어디에 사는 초·중학생 누구에게 공짜 점심을 줄 것인가에 대한 합의를 만들자.

    특히 9년간 의무교육을 받는 도내 초·중학생들이 먹는 것에 더해 입고 자는 것에 대해 어느 선까지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 헌법에서 명시한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누리는 것인가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으면 한다.

    둘째, 합의는 보편성이라는 필요조건과 객관성이라는 충분조건을 갖춰야 한다.

    어떤 합의가 됐든 그 기준은 읍·면·동이나 시·군, 대상에 차별 없이 도내 모든 초·중학생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보편성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객관성까지 담아야 한다. 상황에 따라선 지금까지 혜택을 받고 있는 군 지역 학생들의 상대적 불이익까지 감내할 수 있는 위정자의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나아가 기관별 분담비율도 같은 기준에서 결정돼야 한다.

    셋째, 합의 도출 과정에서 이견이 있을 땐 명분에 무게를 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과도한 복지재정 부담이라는 현실과 학생의 인권이라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을 담든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적시된 명분이 가장 소중하게 지켜져야 할 가치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새 기준을 만들 때 학교 신·증축을 포함한 각종 교육여건 개선에 대한 학부모의 요구 등 변수도 반드시 반영하자.

    끝으로 논의를 다시 시작한다면 무상 교복에 대한 대책도 찾길 바란다.

    비싼 교복값 때문에 휜 학부모의 허리를 조금이라도 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무상 교복은 강원도교육청에서 시도하다 선거법 논란 등으로 관련 조례안 제정에 제동이 걸렸고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이웃의 실패한 길을 그대로 걸을 것이 아니라 의무교육에 비대칭적인 무상급식의 현실을 개선하고 무상 교복이라는 새로운 어젠다까지 아우를 수 있는 ‘경남의 방식’을 찾는 위정자의 행보를 기대한다.

    이병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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