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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진핑에게서 배우는 소통의 메시지- 김정수(전 주중 한국대사관 근무)

  • 기사입력 : 2014-01-2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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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의 서민들이 즐겨 피우는 담배 중에 ‘중난하이(中南海)’라는 상표를 가진 담배가 있습니다. 가격도 저렴할 뿐 아니라 원자바오(溫家寶) 전 국무원 총리가 즐겨 피워 ‘원자바오 담배’로 유명한 이 담배는 한국인의 기호에도 맞아 재중교민도 좋아합니다.

    이 담배 이름은 중국의 최고 권력기구가 운집해 있는 베이징의 지명에서 따 온 것입니다. 지금 중국의 국가주석인 시진핑(習近平)의 집무실과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국무원 청사도 이곳 중난하이에 위치하고 있으니까, 우리나라로 치면 청와대와 주요 정부청사를 합쳐 놓은 곳쯤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자금성에서 서쪽으로 조금만 가다 보면 중난하이의 정문인 신화먼 (新華門)이 나타나는데, 하도 경계가 삼엄해서 일반인들은 눈길조차 주기 부담스러울 지경입니다. 이곳은 옛 황실 정원으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창립 이후 지금까지 중국의 권력 핵심부가 둥지를 튼 이후 일반인에게는 공개된 적이 없는 베일에 가려진 현대판 자금성입니다.

    100만㎡에 이르는 면적에 호수가 47만㎡나 되는 중난하이는 중해(中海)와 남해(南海) 두 호수 지역으로 나눠져 있고, 그 호수 사이에 날 일 (日)자 모양의 3층 높이의 장방형 건물로 지어진 근정전(勤政殿)이 있습니다. 이 근정전에는 당 총서기인 시진핑 주석의 집무실이 있고, 중국의 사실상 최고 권력기구이자 최고 의사결정 기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인의 집무실도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집무실 옆방에는 미국 대통령 집무실인 백악관과 직통전화도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G2국가 원수들 간에 지구촌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서는 핫라인이 있어야겠죠. 그래야 무슨 일이 있을 때 서로 긴밀하게 의논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높은 담과 삼엄한 경계, 아름드리 나무로 가려진 궁궐, 일반인들은 아예 접근조차 불허되는 이 중난하이가 지난해 마지막 날인 31일 전격 공개됐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중난하이의 근정전에 있는 자기 집무실에서 갑오년 새해 인사를 한 것입니다. 실로 파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중국의 역대 지도자들이 관료주의 타파를 외쳐 왔지만 이렇게 중난하이의 자기 집무실을 적나라하게 공개하면서 국민들에게 신년인사를 한 적은 아직 한 번도 없었습니다.

    중국인들은 이런 시진핑의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탈권위주의, 친서민 행보에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30년간의 개혁개방 정책의 영향으로 알 건 다 아는 중국인들은 관료주의, 특권주의에 염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장막을 가린 채 군림하는 패쇄적 권위주의 통치에 불만이 팽배해 있던 차에 새 지도자가 연출하는 이런 관료주의 타파와 소통의 제스처는 중국 인민들에게 큰 기대를 가지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시진핑 주석은 중난하이를 공개하기 며칠 전에는 베이징 도심의 만두가게를 찾았다고 합니다. 아무런 예고 없이 불쑥 나타나 만두 몇 개와 야채볶음 등 우리나라 돈으로 3500원어치의 음식을 직접 주문해서 먹었습니다.

    중난하이 집무실 공개와 함께 시 주석의 만두가게 행보에도 큰 계산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공직자의 사치 낭비풍조에 대한 준엄한 경고성 메시지입니다.

    만연한 중국의 관료주의와 부패, 사치 낭비풍조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개혁 의지가 무척 결연해 보입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값 비싼 마오타이주(茅台酒)나 샥스핀 요리에 대한 판매규제가 엄격해졌다고 합니다. 그의 행보가 얼마나 큰 효과를 거둬 중국사회를 변화시키고 나아가서는 그가 주창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즉 ‘중국드림(中國夢)’을 실현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정수 전 주중 한국대사관 근무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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