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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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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실리와 명분- 이명용 경제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4-01-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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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분과 실리의 문제는 항상 함수 관계처럼 따라다닌다. 명분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실리를 잃을 수 있고, 반대로 실속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명분도 잃고 결국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명분을 살리면서 실속도 함께 챙겨야 살아남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과거의 역사를 뒤돌아보더라도 마찬가지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1970년대부터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힘써 왔지만 1988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서로 대권에 눈에 멀어 단일화에 실패한다. 이 두 사람은 ‘자신이 먼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서로 후보를 양보하지 않으면서 민주화를 열망해온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만다. 결국 대통령 선거에서 다른 후보에게 어부지리를 주면서 대권 욕심에만 사로잡힌 사람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조선시대 인조 때 일어난 병자호란을 보면 당시 우리나라는 국제정세를 전혀 파악하지 않은 채 명나라를 떠받드는 숭명배금(崇明排金) 사상으로 인해 전쟁을 고수했다. 하지만 전쟁에서 조선의 군대가 전멸된 후 삼전도(三田渡) 굴욕뿐만 아니라 당시 인구의 10%인 백성 50만 명이 포로로 끌려가 노비로 전락했다고 한다. 명나라에 대한 사대주의도 중요하지만 백성들을 먼저 생각해서 전쟁을 피하는 실리적 외교를 펼쳤다면 과연 우리 역사는 어떻게 됐을 것인가를 생각해본다.

    ▼최근 경남은행 노조가 경남은행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BS금융지주와 전격 상생협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남은행 지역환원을 열망했던 경남도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지역환원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며 일선에서 싸워 왔던 노조가 함께 힘을 보탰던 기관이나 단체 등에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면서 깊은 배신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자신들만 살아남기 위한 밀실협약을 통해 당장에 실속을 챙길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분 없는 협약으로 인해 경남은행이 도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면서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안해 봤을까.

    이명용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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