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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예순 즈음에- 나순용(창원시 진해구청 환경미화과장)

  • 기사입력 : 2014-03-1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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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등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처음 김열규 선생님을 뵈었다. 선생님은 1932년 고성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후 같은 대학원에서 국문학 및 민속학을 전공하고, 29세 때 대학교수가 된 후, 50년 동안 대학 강단에 서셨다. 특히 60여 년 동안 국문학과 민속학을 아우르는 한국학의 새 지평을 여신 석학이다. 어른이 된 후 책이나 언론을 통해 가끔 선생님을 뵐 때마다 그분의 사고방식이 좋아 마음으로 존경하게 되었다. 토속적이고 재미있는 표현과 경상도 억양은 친근감을 더했다.

    지난 가을에 선생님의 영면 소식을 접했다. 유고집이 된 <아흔 즈음에>를 몇 번이나 읽으며 선생님을 다시 뵈었다. 선생님께서 아흔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힘껏 살아내신 이야기들이다. '나이 든다는 것', '죽음을 생각하면서', '글쓰기에 기대어', '그리운 시절' '함께 산다는 것', ‘자연 품에서’라는 소제목이 많은 것을 들려준다. 22년을 이웃한 고성군 하일면에서 생활하다 생을 마치시니 다가오는 느낌은 남다르다.

    나는 나이가 드는 것이 좋다. 늙어가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나답게 나이 드는 것이 좋다. 나이 듦에 대한 초연함은 내가 늘 바라는 바였다. 젊었을 적에는 나이가 빨리 들어 격랑 같은 이 현실로부터 헤어나고 싶었다. 예순을 바라보는 지금도 가끔 들끓는 번뇌를 스스로 잠재우지 못해 안달할 때가 있다. 삶의 고비는 큰 파도처럼 밀려들었다가 썰물처럼 천천히 빠져나가곤 한다.

    선생님의 삶의 궤적들을 보면서 어느 누군들 힘들지 않은 삶은 없는 듯하다. 중요한 것은 삶을 대하는 자세이며, 고난을 받아들이는 마음과 이를 이겨내고자 하는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한 사람의 삶이 완성되어 간다. 또 죽음에 대해 늘 초연하게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두려움이 밀려들 때가 있다. 나도 선생님의 생애처럼 깔끔하게 내 삶을 정리하고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

    선생님은 참 아름답게 사셨다. 우리네 부모님들이 현대사의 고난을 온 몸으로 이겨내 왔듯이 선생님도 그러하셨다. <아흔 즈음에> 이 책은 나에게 삶의 위로이자, 지혜롭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나침반이 되어 준다. 김열규 선생님의 영면을 기원하며, 오늘도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나순용 창원시 진해구청 환경미화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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