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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담배 피우게 하는 나라- 김용대 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4-04-1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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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에 담배가 처음 들어온 것은 조선 광해군 때인 1616년이니 흡연의 역사는 400년 정도다. 그렇게 짧은 역사도 아니고 그리 긴 역사도 아니다. 그러나 담배는 우리 국민들의 생활에 아주 밀접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17세기 중반 하멜의 ‘하멜표류기’에 이러한 대목이 나온다. “조선에서는 담배가 매우 성행해 어린아이들이 4, 5세 때 이미 배우기 시작하며, 남녀 간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 18세기 말 정조 때는 흡연율이 20%를 넘었다는 기록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의 2009년 15세 이상 성인 남성 흡연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44.3%)는 OECD 34개 나라 가운데 그리스(46.3%)에 이어 두 번째로 흡연율이 높다. 지난 8일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2013년 지역사회 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의 현재 흡연율은 45.8%이다.

    ▼1964년 미국 공중위생국 국장인 루터 테리는 “흡연은 암을 유발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각국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2000년 7월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순회법원 배심원단은 담배 회사에 총 1450억달러(약 16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대법원은 폐암은 흡연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고, 개인의 선택이므로 김모씨 등 30명이 KT&G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 2건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던 원심을 확정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오늘 국내외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흡연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담배 소송’을 공식 제기한다. OECD 9개국 가운데 담배가 빅맥보다 싼 나라는 한국(담배 2.11달러, 빅맥 2.82달러)과 일본(3.47달러, 3.67달러)뿐이었다는 조사도 있다. 담뱃값이 싸고 흡연 경고도 크게 하지 않는다. 국민더러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적극 권장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흡연은 과연 개인의 선택일까. 정부 정책에 좌우될까. 이번 소송의 결과가 궁금하다.

    김용대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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