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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이들에게 폭력을 가르치고 있지 않나?- 정일화(마산중부경찰서 112종합상황실 경감)

  • 기사입력 : 2014-04-2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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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5학년에 진학한 필자의 아들은 같은 반에서 덩치가 가장 큼에도 가끔 같은 반 아이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거나 심지어 얻어맞기까지 하는 일이 잦다. 자신의 아이가 학교에서 다른 아이로부터 얻어맞거나 욕설을 자주 듣는다면 기분 좋은 부모는 아마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어느 날 아들이 친구에게 얼굴을 맞았다고 하자 아내는 속이 상해서 “다른 애가 때리면 너도 때리든지 해야지 맨날 맞고만 다니니. 그리고 다른 애가 욕설을 하면 너도 가만히 있지 말고 대항해서 욕설을 해야지 바보같이 욕을 듣고도 가만히 있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 잦다 보니 엄마로서는 속이 상해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물론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모가 아이한테 폭력과 욕설을 하라고 가르치는 것은 분명 뭔가 잘못된 일이다.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라 하더라도, 그런 일이 있는 경우에는 학교 관계자와 상의를 하거나 그 아이의 부모를 만나서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주는 것이 어른이 할 태도이지, 속이 상한다고 해서 부모가 아이에게 폭력을 쓰도록 가르친다면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올바르게 성장하겠는가.

    교육부가 2013년 11월 29일 발표한 ‘2013년 2차 학교폭력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약 454만명의 학생과 학부모 중 학교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수는 7만7000명으로 전체의 1.9%였다. 이 중 초등학교가 2.7%로 중학교(2%)나 고등학교(0.9%)에 비해 피해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피해유형별 응답건수는 16만1000건이며 언어폭력, 집단따돌림, 폭행·감금, 사이버 괴롭힘 순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에서 보듯이 초등학교의 학교폭력이 중·고등학교보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에게 폭력예방 교육을 적극 실시해야 함을 방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자신의 자녀가 학교폭력의 피해자라는 사실에는 민감한 반면 가해자라는 사실에는 둔감한 경향이 있다. 우리 아이가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아닐까라고 생각하기 전에 앞서, 우리 아이가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먼저 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나 자신도 모르게 부모로서 아이에게 폭력을 조장하거나 욕설을 가르치는 일이 없는지 모두가 되짚고, 학교폭력은 부모의 잘못된 가정교육에서 비롯됨을 우리 사회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일화 마산중부경찰서 112종합상황실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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