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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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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딱지 붙이고 낙인 찍기- 서영훈(방송인터넷부장)

  • 기사입력 : 2014-05-2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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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만큼 수많은 명언을 남긴 이도 드물다.

    ‘사회적 전환기의 최대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라고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도 그중의 하나이다.

    불의에 짓눌려 있던 절대 다수의 선한 사람들이 막상 사회적 전환기를 맞았는데도 침묵한다면, 역사는 결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평소에는 정의를 외치던 사람들이 불의를 보고도 못 본 척한다면, 그만큼 오싹한 일은 없을 것이다.

    킹 목사의 뜻은 분명하다. 생각하는 것을 밖으로 드러내고 또 행동으로 옮기라는 것이다.

    실천으로 옮겨지지 않는 지식이나,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 신념은 공허하다. 그런 지식이나 신념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에도 그렇다.

    수백 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는 여객선의 안전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요인이 무엇인지, 침몰 현장에 출동한 구조·구난 기관의 조치는 적절했는지, 또 이를 총괄적으로 지휘해야 할 정부의 사고대책본부는 제대로 운영됐는지를 따져 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선박 건조나 운항, 인명 구조 등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든 그렇지 못하든,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번 참사에 의문을 표시하고 분노를 표출할 수 있다.

    세월호 침몰은 21년 전 일어난 서해훼리호 침몰과 판박이라고 한다. 국민들이 이번에도 침묵하면 20년 뒤 또 무슨 참사가 재연될지 모른다.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대책을 요구하고, 또 대책이 제대로 실행되는지 감시해야 하는 역할이 국민들에게 주어져 있다.

    서해훼리호 참사 이후 정부는 사고예방 대책이라며 갖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렇다 할 대책은 적었고, 그것마저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그 결과, 외신들이 지적했다시피 삼류국가에서 일어날 법한 유사한 사고는 다시 일어났다.

    그런데도 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침묵하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의혹이라도 제기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유언비어 딱지를 붙이고, 또 그런 사람들에게 ‘종북’이라는 낙인을 찍기 바쁘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체제 부정으로 몰아간다. 지독한 이분법적 사고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침묵하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비극 중의 비극이다.

    비판하고, 이를 수용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 사회는 보다 튼튼해진다. 치부는 드러내야 한다. 그래야 썩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비판의 자유가 사라진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SNS에서 떠도는 악의적인 유언비어에 넘어갈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다. 한갓 그런 것에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릴 정도로 허약한 사회가 아니다.

    ‘나는 당신이 하는 말에 찬성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할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라면 내 목숨도 기꺼이 내놓겠다.’

    이 말이 프랑스 계몽사상가 볼테르의 말이든 후대 작가가 지어낸 말이든 그 유래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나와 반대되는 의견일지라도, 말할 권리를 인정하고, 기회를 보장하고, 또 귀담아듣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침묵하라고 소리치는 이들이여, 제발 침묵하시라.

    서영훈 방송인터넷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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