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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막걸리와 와인- 이학수 경제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4-05-2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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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10년 만에 와인 수입액이 3.7배나 늘었다. FTA 발효 전인 2003년 4600만달러에서 지난해 1억7200만달러로 증가했다. 주류수입업계는 2017년이면 와인 수입량이 지금보다 17% 더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았다. 와인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마시는 특별한 술에서, 일반인의 가정에서도 쉽게 마시는 술로 자리를 넓혀 가고 있다. 우리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기호가 다양해진 결과다.

    ▼한류 붐을 타고 한때 각광받던 막걸리가 요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2년 수출액 3689만달러에서 지난해는 1886만달러로 절반이 떨어졌다. 수출의 87%를 차지하는 일본에서 타격이 컸다. 한류 열풍이 퇴조하고 장기적인 엔저 현상, 극저도주 술을 찾는 경향 등이 그 이유다. 정부는 저도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중국 시장으로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막걸리의 침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업계 영세성도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막걸리의 탄생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삼국시대에 청주(淸酒)와 탁주(濁酒)가 구별됐다 하니 적어도 그때로 거슬러 간다. ‘신라주’와 ‘고려주’는 중국 학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으니, 술맛을 인정받은 셈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와인의 역사는 일천하다. 고려 충렬왕 때 원나라 임금이 와인을 보내왔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나, 와인을 본격 생산한 것은 1974년이었다. 양곡 부족을 해결하자는 생각에서 정부가 대기업들에게 양조용 포도단지 조성과 와인공장 건설을 권고했다. 포도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이다.

    ▼사실 와인 수출 강국일수록 오래된 역사와 다양한 맛을 자랑한다. 와인농장을 가업으로 수백년씩 승계해 오고 있으며, 자긍심 또한 대단하다. 와인 제조과정을 관광상품화해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명가명주(名家銘酒)’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가양주문화(家釀酒文化)가 꽃을 피운 나라다. 전통의 맛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자극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이학수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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