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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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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346) 제6화 인형의 집 ⑥

‘삶이 고해라고 하더니….’

  • 기사입력 : 2014-05-2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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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대한은 아파트의 창으로 밖을 내다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파트 광장에서 폐지를 주워 리어카에 싣고 가는 노인이 보였다. 노인의 모습이 전에 없이 남루해 보였다. 장대한은 어쩐지 노인의 모습이 일 년 전 자신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노인은 자식들이 없는 것일까. 젊었을 때 무엇을 했기에 늙어서 저렇게 힘들게 폐지를 주워 모으고 있는 것일까. 노인을 내려다보면서 장대한은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았다.

    지난 일 년여 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는 부를 얻기 위해 맹렬하게 뛰었다. 부를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운이 좋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서울에는 1000만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으나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재벌 그룹의 총수도 있고 판잣집의 가난한 영세민도 있었다. 하루하루를 죽지 못해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병에 걸려 죽을 때만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기적적으로 소생한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평탄하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통스럽게 살고 있었다.

    ‘삶이 고해라고 하더니….’

    장대한은 이상하게 쓸쓸해졌다. 잠시 밖을 내다보다가 책상으로 돌아와 데이트레이딩을 하기 시작했다. 주식을 사고파는 일은 언제나 위험이 따른다. 그런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일확천금의 꿈을 가지고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다. 몇몇 사람은 주식투자로 수백억대의 재산을 모은 경우도 있었으나 실패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 그들은 재산을 탕진하고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장윤수의 정보에 따라 주식투자를 하면서도 장대한은 실패하지 않기 위해 주식시장을 면밀하게 분석했다. 다행히 장윤수의 정보는 틀리지 않았다.

    “퇴근하고 저녁식사나 할까?”

    데이트레이딩이 끝나갈 무렵 조연옥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래.”

    장대한은 조연옥과 광화문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조연옥이 강연희의 회사를 어떻게 바꾸게 될지 궁금했다. 그녀의 실력이라면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데이트레이딩을 마치고 커피를 마셨다. 밖에는 가로수들이 무성했다. 점점 여름이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장대한은 5시가 조금 넘자 집을 나왔다. 택시를 타고 조연옥과 약속 장소인 광화문으로 갔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물결처럼 흐르고 있었다. 장대한은 거리 한쪽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을 살폈다. 사람들의 옷차림에도 여름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뭘 해?”

    장대한이 거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데 조연옥이 어깨를 툭 쳤다.

    “아.”

    장대한은 조연옥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조연옥은 산뜻한 오피스걸 차림이었다. 감색 투피스 정장에 면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광화문에서 보자 그녀의 몸매도 균형이 잡혀 있었다.

    “모처럼 번화가를 걸으니까 활기가 느껴지네.”

    조연옥이 장대한과 나란히 걸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맞아. 살아 있는 느낌이야.”

    장대한은 조연옥의 팔짱을 끼었다.

    “어디로 가는 거야?”

    조연옥이 눈웃음을 치면서 장대한을 응시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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