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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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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게으름’에 대하여- 신삼호(경남건축가협회 회장)

  • 기사입력 : 2014-07-0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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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를 기점으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뜬금없이 내리는 스콜을 보노라면 지구 온난화현상이 한반도를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오래전 동남아지역을 여행하면서 본 그곳 사람들의 느슨한 행동들이 새삼 이해가 됩니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바쁘게 생활합니다. 바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이것은 성장의 시대를 살면서 우리의 정서에 남아 있는 근면의식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근면이 최고의 덕목이 될까요?

    게으름을 찬양한 철학자가 있습니다. 영국의 철학자 러셀은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역사적으로 볼 때, 지배자들은 생산자들에게 노동의 존엄성이라는 도덕을 강하게 심어줌으로써, 착취구조를 은폐하려 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사회 경제구조에서는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의 비중이 금융상품에 의한 GDP의 비중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노동 없이 돈 장사를 통해 떨어지는 돈 고물(?)이 1%의 사람들에게 집중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두고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종말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노동의 종말이 예견되는 사회에서는 근면성의 의미는 더욱 퇴색되어 갈 수밖에 없겠지요.

    불과 1세기 전에 살던 사람들의 생활과 현대사회의 삶을 비교해 볼까요, 이른바 자동차의 발명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행할 때 걸린 시간에서 자동차의 이용으로 절약된 시간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패스트 푸드’를 먹음으로 인해서 남겨진 점심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습니까? 경쟁논리에 의해 중독에 가까운 ‘바쁨’은 우리의 일상을 더욱 고달프게 할 뿐입니다. 지금 우리의 생활에서 한 발짝 비켜서서 남의 모습과 내 모습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게으름의 여유’는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충족되면 더 이상 욕심 부리지 않음으로써 일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7월은 휴가가 시작되는 시즌입니다. 이번 휴가에는 스스로에게 ‘게을러지기’를 보너스로 주면 어떨까요?

    신삼호 경남건축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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