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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노인도 일이 필요하다- 양영석(경제부 부장)

  • 기사입력 : 2014-07-0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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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택배일을 하는 노인들을 다룬 TV프로그램을 봤다.

    노인들의 직업은 지하철택배. 택배회사에서 지하철 요금이 무료인 노인들을 고용해 저가로 물류운송업을 하는 것이다. 방송을 보고 나서 이런 직업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방송에 등장한 노인 택배원들의 나이는 70세 이상으로 6·25전쟁 이전에 태어나 우리나라 산업화를 몸으로 일궈낸 분들이다. 평생토록 일만 하고 직장에서 은퇴를 한 뒤 다시 일자리를 찾아 나선 것이다.

    이들이 지하철을 타고 거리를 헤매며 하루에 버는 돈은 2만~3만원이지만 2만 보를 걸어야 하는 고된 노동을 자처한 것은 ‘일하는 기쁨’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밖에서 일하는 것이 건강과 기력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 지하철택배를 하는 노인들은 또래 노인보다 건강하고 활력이 넘쳐 보였다.

    오는 2016년이면 민간기업 근로자도 공무원처럼 법적으로 정년이 60세로 연장된다.

    기존의 법적 정년 55세에서 5년이 더 늘어나니 노동계에서는 환영하지만, 정작 일선 근로자들은 정년 60세가 실현될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현재 근로자 300명 이상 기업의 평균 정년은 57.4세지만 55세 이상 퇴직자 중 소속 회사의 정년규정까지 다닌 사람은 10명 중 1명꼴(10.7%)이다. 대다수는 정년을 못 채우고 등 떠밀려 회사를 떠난다.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는 일부 공기업 직원, 노조의 힘이 강한 일부 대기업의 생산직 근로자 등 특수층을 제외한 일반 근로자들은 임금피크제가 있어도 대부분 52, 53세면 후배나 경영진 눈치를 보다 퇴사하고 만다.

    문제는 회사를 나오고 난 뒤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무료함에 몇 달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일을 찾게 된다. 하지만 노인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는 절대적으로 부족해 아르바이트 같은 일을 10년 넘게 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2000년대 중후반 전 세계에서 일본, 독일, 이탈리아만이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 이상인 사회)에 들어섰다. 이후 일본은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탈리아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지만 독일은 재정건전성과 대외경쟁력이 오히려 상승했다.

    독일은 고용개혁을 통해 시간제 일자리 등으로 고용 유연성을 높였고, 연금 수급 연령을 높여 고령자의 일자리 유지 기간을 늘리는 개혁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 고령자·여성 고용률이 초고령 사회에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실제 독일의 고용률은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 이상인 사회) 기간 64.9%에서 초고령 사회 기간 71.7%로 6.8%포인트나 올랐다.

    작년 기준 12.2%인 한국의 65세 인구 비중은 2018년에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에는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고령자가 노동시장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하고 공공 일자리 매칭 서비스를 강화하는 독일의 경쟁력 유지 비법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양영석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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